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 2나노 경쟁력 커져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3일(현지 시각) 헤이그 총리 집무실에서 단독 회담을 열고 양국이 ‘반도체 동맹’을 맺는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목표는 세계 최고의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반도체 동맹은 최첨단 기술을 함께 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함께 논의·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이라는 용어가 들어갔다. 한국이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반도체 동맹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안보·산업 분야 양자 협의체인 ‘반도체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뤼터 총리는 “언제나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였지만 지난 1년 반 정도 정말 발전해 전대미문의 협력 관계에 도달했다”고 했다.
반도체 동맹은 한국 기업과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인 ASML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전쟁에서 한국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SML이 조만간 출하할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극자외선(EUV)’ 장비는 2㎚ 공정의 핵심 장비다. 현재 인텔이 6대,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각 5대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동 연구개발(R&D) 센터 설립과 운영 등 관계가 강화되면 장비 구매에서도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ASML은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내년부터 한국에 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EUV 장비를 만드는 전 세계 유일의 회사다. ASML의 최신 EUV 장비 가격은 대당 3억유로(약 4300억원)에 달한다. 매우 복잡하고 초정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작에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연간 생산량이 20여 대에 불과하고, 벌써 2~3년 치 주문이 밀려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는 일반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거꾸로 러브콜을 보내는 ASML은 ‘수퍼 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ASML의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 생산 능력이 갈리기 때문이다. ASML과의 협력은 국내 반도체 장비 기술 인력 양성과 기술력 향상이라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회담 후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6건의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열었다. 양국은 경제안보협력 MOU를 체결하고, 외교·산업부 장관 간 2+2 대화체를 신설했다. 2+2 협의체에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 경제안보, 수출 통제 분야 전략 공조를 논의한다. 공급망 위기 대응과 관련해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MOU, 원자력 분야 정부 간 협력 MOU, 무탄소 에너지 협력 MOU도 체결됐다. 한국군은 2025년 네덜란드·독일이 주최하는 다국적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 관련 지휘소 훈련에 옵서버로 참석한다.
윤 대통령과 알렉산더르 국왕은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했다. 양국 기업인 2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열린 포럼에선 첨단 산업, 무탄소 에너지, 물류, 농업 등 분야에서 19건의 MOU와 계약이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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