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헤이그 특사’ 파견 회의장과 이준 열사 기념관 찾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항일 독립운동사의 비극적 장소인 헤이그를 찾아 순국 선열을 기렸다. 현직 대통령이 헤이그에 있는 제2차 만국평화회의장과 ‘헤이그 특사’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은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헤이그 비넨호프에 위치한 ‘리더잘’(기사의 전당)을 방문했다.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장이 열렸던 역사적 건물이다.
당시 고종 황제는 일제에 의해 강제 체결된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알리려 이준·이상설·이위종 열사 등을 비밀리에 이 회의에 특사로 파견했다. 일제의 훼방으로 회의 참석조차 거부되자 이준 열사는 헤이그에서 순국했고, 고종 황제는 강제 퇴위됐다.
윤 대통령은 뤼터 총리와 함께 제2차 만국평화회의와 관련된 전시물을 관람했다. 그러면서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애국정신과 숭고한 뜻을 기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리더잘은 현재 개보수 작업 중이라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 현지 브리핑에서 “네덜란드 측에서 리더잘이 우리 주권회복 역사에 있어 지니는 의미를 이해하고 방문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아 열사가 사용하던 방과 침대, 고종 황제가 수여한 특사 신임장 등을 둘러봤다. 순국 장소인 드 용 호텔에 설립된 곳으로 1995년부터 사단법인 이준 아카데미가 운영 중이다.
윤 대통령은 암스테르담으로 복귀한 뒤 빌럼-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왕궁 인근 호텔에서 열린 참전용사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네덜란드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20여명과 1951년 횡성전투 중 전사한 네덜란드 덴 아우덴 중령의 조카 등 유족들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사의를 표하고, ‘영웅의 제복’을 참전용사인 93세인 코르트 레버르 옹에게 전달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빈 만찬에서도 “6·25전쟁에서 120여 명의 네덜란드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의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헤이그 |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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