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현 대표 사퇴는 시작일 뿐, 다 안 바뀌면 미래 없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했다. 당 혁신 차원에서 퇴진 압력을 받아오던 김 대표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저의 몫”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은 것은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지난 3월부터 당을 이끈 김 대표와 지도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최근 민심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1년 반 만에 크게 돌아섰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계속 확산돼 국민의힘이 텃밭으로 인식해온 영남 지역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여당의 기본적인 책무는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에 대한 민심의 동향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해 민심 반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개혁 국정의 동력이 된다. 그런데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가라앉고 있는 데도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정치인은 대통령의 ‘졸병’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심각한 대통령 부인의 문제를 직언할 수 없지만 정치인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바로 사면시켜 다시 출마시키는 무리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이 선거 참패로 출범한 혁신위가 이런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에게 물러나달라고 요구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런 결단 없이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김 대표의 사퇴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만큼 지금 정권과 민심의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공천과 과감한 세대교체로 젊은 세대를 전면적으로 국민 앞에 내세워 나라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에서 장차관을 했거나 대통령실 요직에 있던 이들이 당선되기 쉬운 ‘지역구 쇼핑’에 나서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 정치 역사에서 국민 시선을 두려워하며 자신을 희생하고 변화한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고 아닌 정당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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