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드보이’ 출마 러시, 나라 위한 건가, 노욕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원로급 정치인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인제 전 의원은 12일 충남 논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고향의 발전과 행복한 나라를 위해 마지막 도전을 결심했다”며 7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지역(부산 중·영도)에서 나와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7선 도전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일찌감치 고향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주민들에게 1만3000통 이상 전화를 돌렸고 16일 전남 해남에서 출판기념회까지 연다고 한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옛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70~80대다. 나이나 선수(選數)가 많다고 출마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들이 가진 경험과 연륜이 정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유권자가 보기에 ‘저 사람은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들은 40~50대 때부터 당대표, 대선 후보, 장관 등을 지냈다. 수많은 자리를 거치며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다. 잘한 일도 못한 일도 있겠지만, 지금 정치권의 혐오스러운 구태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내려져 정치 일선을 떠났던 사람들이 이제 또 출마한다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출마를 준비 중인 ‘올드보이’는 모두 당선되기 쉬운 자기 고향이나 예전 지역구에 나가겠다고 한다. 대부분 ‘공천=당선’인 지역이다. 출마 명분도 하나같이 ‘지역 발전’이다. 나라의 미래나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이나 비전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들이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가며 출마하는 진짜 이유는 과거의 지위와 영화를 잊지 못함일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세비만 1억5000만원에 보좌진 9명과 차량까지 제공받는다. 정년도 없으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계속할 수 있다. 수십 년씩 특혜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그 유혹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출마는 나라를 위한 것인가, 개인의 노욕인가.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지 않는 한 선거 때마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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