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량 줄여 가격 꼼수 인상한 식품 대기업들, 사기 행위다
최근 1년간 식품 9품목 37종이 가격을 놓아두고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소비자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상품 37종의 용량은 평균 12% 줄었으며, 제품별로 7.7~20%씩 줄여 가격 인상 효과가 8~25%에 달했다. 값을 안 올린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은 견과류·소시지·핫도그·만두에서 치즈·우유 등 유제품, 맥주 등 주류까지 광범위한 품목에서 벌어졌다. CJ제일제당, 동원에프엔비, 풀무원, 오비맥주 등 식품 대기업이 망라됐다. 풀무원 핫도그 제품 4종은 용량을 20% 줄여 가격 인상 효과가 25%나 됐다. CJ제일제당은 비엔나 소시지 2개 묶음 값을 9480원에서 8890원으로 내렸지만 용량을 640g에서 560g으로 줄여 실제로는 값을 7.2% 올렸다. 일부 업체는 자사 쇼핑몰 등을 통해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하긴 했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인식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아예 고지도 없이 슬그머니 올린 경우도 있었다. 일부 제조사는 꼼수 인상한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인데도 포장재나 제조법이 바뀐 새 단장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
국제 유가, 곡물 값 등 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식품 업체들로선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함부로 값을 올리기 어려운 사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식품 대기업은 가능한 한 원가를 절감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없이 용량을 줄여 꼼수 인상을 할 경우 소비자는 정확한 가격 정보도 알지 못한 채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래놓고 마치 가격을 안 올린 것처럼 파는 것은 사기 판매나 다름없다.
정부는 소비자원을 통해 식품 및 생필품의 용량 변화도 확인하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별도 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거나 성분을 바꾸는 기업은 제재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기 전에 기업들 스스로 소비자에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사회적 책임 의식부터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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