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추락하는 이재명은 ‘尹 폭망’ 구명줄만 기다린다
차기 지지율 1년 넘게 하락
2위와 격차 오차 범위 박빙
총선서 與 초토화돼야 희망
정권 심판 vs 미래 대결
대통령 총선 대처가 관건
지난주 발표한 차기 지도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로 1위를 지켰다. 지지율이 5%만 넘어도 의미 있는 대선 주자로 꼽힌다. 19%는 그 네 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반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지지율이 어느 좌표에 찍혔느냐보다 중요한 게 지난 지지율과 비교한 추세다. 대선 승패를 예측하는 도박판이 있다면 15%에서 10%로 떨어진 주자보다 1%에서 5%로 뛰어오른 주자에게 베팅하는 편이 현명하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첫 차기 주자 조사에서 27%를 기록한 이래 23%, 22%, 21%를 거쳐 이번 19%까지 줄곧 내리막길이다. 반면 첫 조사부터 9%로 2위였던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번 16%까지 오름세를 타고 있다. 18%p였던 1·2위 격차가 1년여 만에 오차 범위 이내인 3%p로 좁혀졌다.
호재, 악재 따라 등락하는 지지율 흐름에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반등 없는 지속적 하락은 위험 신호다. 어느 순간부터 상승 동력을 상실해 버린 이 대표 지지율이 그런 경우다.
가장 큰 원인은 사법 리스크일 것이다. 이 대표 관련 뉴스는 수사 아니면 재판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검찰 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이라는 항변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55% 내외인 반면 “보복 수사”라는 응답은 40%를 밑돈다. 지난 9월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정당하다”는 응답이 46%, “부당하다”가 37%였다. 이 대표가 실제 불법을 저질렀으며 감옥에 가야 한다고 보는 국민이 그러지 않는 국민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혐의들은 20년 확정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보다 몇 곱절 심각하다. 이 대표 스스로 영장 판사에게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50년형을 받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뒷받침하는 물증 및 증언도 차고 넘친다.
사법 리스크 자체뿐 아니라 대처 방식도 문제다.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대표 출마로 이어지는 상식 밖 선택을 하면서까지 야당을 자신의 방탄에 총동원한 데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지난 9월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 인사들이 나란히 1,2,3위에 오른 반면, 이 대표는 비호감 61%로 역주행 선두권이다.
이 대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이 뒤얽힌 미로에 갇혀 있다.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면 대선 승리로 재판 절차를 무력화해야 하는데, 대선 승리에 필요한 지지율 반등을 사법 리스크가 발목 잡고 있다. 자력 탈출이 불가능하다면 구명줄은 하나뿐이다. 정치판의 제로섬 원리를 믿고 상대방의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나오는 “총선 200석도 가능” “국민의 힘을 100석 밑으로” 같은 발언은 “그랬으면 좋겠다” 수준의 희망 사항이 아니다. 이 대표의 대선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디딤돌이다.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정국에서 한 장관과 여당 주자들이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지금의 이 대표로는 승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권당을 핵폭탄 맞은 그라운드 제로처럼 초토화해야 한다. 그래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문재인 후보가 승리를 거저 주운 상황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당혹스러운 엑스포 성적표, ‘혹시나’ 출발이 실망만 더 키운 ‘역시나’ 혁신위, 찜찜하게 어른대는 대통령 부인 리스크…. 여당을 불안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거 결과는 폭넓은 스펙트럼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 변수는 총선에 임하는 대통령의 자세다.
대통령이 총선 지휘부와 전략, 그리고 공천까지 모든 선택권을 자기 손에 움켜쥐려 한다면 선거는 “윤석열 정부 중간 심판” 구도로 치러진다. 야당 대표의 온갖 허물은 뒷전으로 밀린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 대표는 구명줄을 타고 정치적 재비상을 시작한다.
반면 대통령이 여권의 차세대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위임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총선은 여야 미래 세력 간 대결로 바뀐다. 1996년 총선 때 김영삼 대통령은 불편하게 갈라섰던 이회창 전 총리, 2012년 총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여당 내 야당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각각 총선 지휘봉을 맡기며 예상 밖 선전을 이끌어 냈다.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는 여당 인재들과, 과거 범죄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야당 대표가 맞붙는 경쟁이라면 국민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쏠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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