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디지털 의료소외

이은정 기자 2023. 12.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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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가수 임영웅 부산콘서트장엔 수많은 어르신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콘서트 표 예매가 힘들어 '전 국민 효도 전쟁'이란 말이 유행한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자녀들에게 예매를 부탁하기 때문이다.

병원 이용이 편리해졌으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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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가수 임영웅 부산콘서트장엔 수많은 어르신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콘서트 표 예매가 힘들어 ‘전 국민 효도 전쟁’이란 말이 유행한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자녀들에게 예매를 부탁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도 무인 주문기계인 ‘키오스크’를 이용해 불편하다는 어르신들이 많다.


온라인 예약시스템과 플랫폼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소외’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기회는 교육이나 소득 수준, 연령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무조건 시대 변화에 맞춰야 한다고 할 게 아니다.

독감 감기 등 호흡기질환이 유행하는 요즘,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통상 병원 안내데스크에 진료 접수를 하고 기다리다 보면 자신의 순서가 온다. 하지만 뒤늦게 왔으나 모바일 진료예약서비스 ‘똑닥’으로 예약을 한 사람이 먼저 진료를 받아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라고 한다. 2017년 출시된 똑닥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 제휴 병·의원도 1만여 개에 달한다. 자녀를 키우는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육아필수앱’이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예약이 가능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인기다. 의료기관 시스템과 연동돼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은 똑닥이 유일하다. 지난 9월부터는 월 구독료 1000원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 접수 이용자나 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병원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선 전화와 똑닥으로 함께 예약을 받아오다 아예 똑닥 예약으로 일원화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앱 예약자가 많다는 이유로 운영 종료 2시간 전에 현장 접수를 마감하는 등 불편을 야기한 병원 8곳에 재발 방지를 권고하고 행정지도를 했다. 특정 방식만 이용해 예약하도록 하는 것이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이용이 편리해졌으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어르신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고립감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특정 앱이 독과점 지위를 강화하며 병원 예약 비용을 점점 올리거나 축적된 의료 정보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보건당국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카카오, 유튜브 등도 처음에는 무료를 앞세웠으나 이용자를 확보한 후 유료화로 이득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 병원 예약 서비스 공공 앱을 개설하거나 민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답이 아닐까.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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