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존의 窓] 서울생활 50년… 드디어 명예시민이 됐다
경제성장·민주화·강대국 부상 등 1열서 ‘직관’
매력 넘치지만 너무 치열한 도시… 報恩하겠다
지난 8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명예 시민증을 받는 엄청난 영광을 누렸다. 이 명예 시민증은 50년에 걸쳐 서울에서 보내온 시간과 그동안 서울에게 받은 선물을 상징하기에, 평생 받아본 상 중 가장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종로 출신이자 서울 토박이인 아내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그녀를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났고, 함께 서울의 곳곳을 탐방했다. 거의 40년 전 그녀와 혼인신고를 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명예 시민증을 받다니, 그야말로 완벽한 수미상관이다.
서울이 준 또 다른 선물은 한국의 민주화, 경제성장 그리고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1열 직관’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필자의 사무실은 광화문 한복판에 있어 창(窓)을 통해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다. 역대 서울시장들이 각자의 방식에 따라 서울시를 발전시켜 왔다. 발전 방향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도 있으나, 서울시는 한 번도 발전을 쉰 적이 없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서울시를 보며, ‘이렇게 역동적인 도시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매력적인 서울이지만, 매력이 지나친 것은 아닐지 우려도 된다. 한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경기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하니 말이다. 이러한 인구 집중 현상이 단기적으론 도시에 득이 될지라도 장기적으론 실이 크다. 서울에 몰린 한국인 각각의 삶은 의도치 않게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에 대부분의 대기업 및 주요 기업이 위치하다 보니 주요 대학도 서울에 몰려 있다. 공교육 및 사교육 시스템도 영향을 받아 학군에 따라 집값이 올라간다. 이에 따라, 부부가 아이를 갖기 주저하고 젊은 커플이 결혼을 부담스러워하게 되었다. 서울 성공의 폐해인 셈이다.
서울은 나에게 아내, 가족, 외교관 및 기업인(그리고 칼럼니스트!)의 커리어 등, 실로 많은 것을 베풀어준 소중한 도시 아닌가. 그렇기에 이 명예 시민증은 ‘아름다운 메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의 은혜를 갚아야 할 의무를 뜻한다.
은혜를 갚는 한 방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서울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도시가 되긴 했지만, 서울에 사는 외국인 리더들은 계속해서 서울의 강점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한 미국 대사관 근무 시절 역할 중 하나는 미국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를 유치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민간 부문에서 일하지만 역할은 비슷하다. 보잉코리아가 서울에서 창출하는 수백개 일자리는 한국 전역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수천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이 한국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에 오면 K팝 아이돌, K드라마, 비빔밥뿐만 아니라 최고의 엔지니어링, 양질의 제조업, 헌신적인 직장 동료, 의리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하곤 한다. 셀 수 없는 다양한 긍정적인 경험을 연설, 글, 소셜미디어, 강연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다.
서울의 은혜를 갚는 또 다른 방법은, 회사 사람들에게 최상의 워라밸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살며 수년간 ‘달리는’ 회식 문화를 겪고 나니, 직장 동료애를 쌓는 데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느라 저녁 시간을 쓰는 것보다, 업무에 집중해서 적절한 시간대에 끝낸 후 빨리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서울에서의 삶은 이미 아주 치열한데, 왜 굳이 회사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가며 더 힘들고 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잔인하고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최대한 업무를 수월하게 해주고, 개인의 삶에 쓸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서울에 보은하는 방식이다.
서울 사람들이 긴 세월 일관성 있게 베풀어준 엄청난 친절이 있다. 내가 갚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은혜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서 1980년대 중반 한국에 방문하셨을 때, 두 분의 관점을 통해 서울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당시 부모님께서 가장 감탄하셨던 서울의 면모는 눈부신 문화 유적지나 상가나 식당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끝없는 친절이었다. 한눈에 봐도 서울이 처음인 서양인 노부부에게 서울 사람들은 인내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위대한 서울 그리고 한국의 손님으로서, 그때 그 친절에 대한 보은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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