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갈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서울~양평 道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원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 증동리로 계획됐고 2017년 1월 국토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이어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올해 5월8일 개정안에서는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시간이 갈수록 의혹만 증폭되고 도로 개통을 기대했던 해당 지역 주민들의 허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필자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는 관심도 없거니와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난 30여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실습을 시행해온 교통사업평가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해결점에 접근하려고 한다.
교통사업의 경제성 평가의 핵심은 사업의 비용과 편익의 예측에 있다. 여기서 핵심은 ‘예측’이라는 단어에 있다. 예측의 원칙은 첫째, 예측은 항상 틀린다는 점이다. 둘째, 예측 기간이 길면 더 많이 틀린다는 점이다. 셋째, 전체 도로의 예측보다 각 구간의 도로 예측이 더 많이 틀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교적 많은 자료와 단기간(고속도로의 경우 3~5년)의 공사비 예측은 비교적 정확하다고 본다. 물론 수많은 내·외부 요인 등으로 자재비와 인건비의 예측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집행부서의 사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운영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사업의 사업비용 오차는 10~30%로 비교적 정확하다.
이번 쟁점에서도 핵심은 20~30년 후에 발생하는 교통량에 대한 예측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하는 것이며 교통량의 예측이 얼마나 어렵고 변수가 많은 것인가를 입증한다. 통상적으로 이용되는 교통 분석의 과학적인 방법도 얼마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어 현재의 여건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전혀 반영할 수 없다.
또 지금까지의 교통량에 대한 고속도로 사업의 예측 결과는 정확도에 있어 참담한 수준이지만 예측의 세 가지 원칙에서 보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미래에 발생하는 교통량을 각 도로 구간별로 10년, 20년 30년 후로 나눠 추정한다는 것은 교통사업의 장래 교통량에 대한 추정을 통해 예비타당성 제도의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사하기도 한다.
또 다른 교통사업 분석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고려는 ‘할인율’이라는 복병이다. 즉, 비용의 발생은 비교적 불확실성이 적은 단기간에 일어나고 초기에 발생했지만 교통량의 증가에 따른 편익은 고속도로 완공 후 10~30년에 걸쳐 불확실성이 많은 먼 미래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의 편익을 할인율로 현재가치화해 비교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비용·편익 분석에 관한 교과서에서는 전문가가 분석 절차와 지침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정책 결정자에게 추천하는 것으로 마지막 임무를 하라고 한다. 전문가가 모여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을 결정하는 것은 자료의 분석에 대한 검증에 그쳐야 하며 자료의 검증도 분석가의 노선에 대한 수백 번의 정산에 다양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전문가 집단의 검증 절차와 교통량 예측에 대한 다른 결과도 충분히 예상된다.
결론은 단순하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른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하면 정책입안자들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 국내 최고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 장기간의 분석 끝에 결정했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외국의 최고 전문기관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뢰했던 분석 결과를 뒤집었던 전례가 있는 논쟁을 보면 이번 문제의 해결 방안도 보인다.
또 예비타당성 제도의 한계점을 이용해 선거철마다 지역 숙원 교통사업의 예비타당성을 통과시켜준다고 설쳐대는 교통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교통량 예측의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인구 증감에 있어 수도권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갈수록 감소세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교통 관련 예비타당성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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