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예산 전쟁
12월은 지자체별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는 시기다. 집행부가 내년도 세입, 세출을 감안해 편성한 예산안을 시의회 등 기초의회에 제출하면 시민 대표로 선출된 기초의원들이 심의해 증감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집행부와 갈등이 표출되고 심하면 예산 심의가 해를 넘기기도 한다. 예산안 심의를 놓고 집행부와 시의회가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줄다리기가 엉뚱한 이유에서 이뤄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으르렁거리던 고양특례시와 시의회가 이번엔 업무추진비 예산을 놓고 격돌했다. 시가 시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올해 대비 90% 가까이 삭감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시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1억7천여만원. 시는 내년 예산으로 1천900여만원을 책정했다. 앞서 시의회는 시장, 부시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한 바 있어 이에 대한 보복 편성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고양특례시는 지난해 시와 시의회 갈등으로 2023년도 예산 처리에 실패하면서 올해 준예산으로 시작했다. 준예산 체제는 고양시 역사상 처음이다. 준예산은 예산을 법정 기간 내에 확정하지 못해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최소한의 운영비만 집행하는 예산으로 신규 사업 추진 등을 할 수 없다. 당시 갈등 이유는 비서실장 막말 등 감정싸움이 원인이 됐다.
▶오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주 예산 심의를 중단했다. 지역에서 열린 주요 행사를 사전에 시의회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시의회는 시가 시의회를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의원들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지극히 감정 섞인 파행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국가 예산을 다루는 국회에서도 올해 예산안 처리는 가시밭길이다. 여야가 20일 처리에 합의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나 기초의회의 건전한 예산 전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엉뚱한 이유로 민생을 볼모로 삼은 예산 전쟁은 중단해야 한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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