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음식 콘텐츠로 읽는 문화코드
인스타그램에는 음식 사진이 넘쳐 난다. 멋진 레스토랑뿐 아니라 레트로문화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노포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도 많다. 최근 중장년층이 단골이었던 식당들의 주 고객층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필자도 그 유명한 을지로 골목을 가본 적이 있다. 마침 축구 경기가 열리던 그날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파티장에 온 것 같은 차림도 보였다. 청년들은 가게의 텔레비전이나 스마트 기기로 경기를 관람하며 모두 함께 열렬히 응원했다. 디지털 시대가 음식문화의 소비 행태를 변화시킨 새로운 광경임에 틀림이 없다.
이처럼 음식은 문화를 반영하는 코드, 즉 문화코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문화코드란 국민성이나 국가정체성과 연관된 것으로 특정 지역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적 무의식을 말한다.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고 하면서 치즈의 사례를 든다. 프랑스는 치즈를 상온에서 숙성해 가는 살아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미국은 저온살균법으로 치즈를 죽여 미리 포장한다는 것이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가 먹는 음식을 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본의 경우 만화, 게임,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해 왔다. 만화 ‘신의 물방울’은 국내의 와인 소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드라마 ‘심야식당’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판으로도 제작돼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음식을 다룬 일본의 콘텐츠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분명 음식의 재료 그 자체와 먹는 행위를 섬세하게 다루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그곳이 단순하게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2007년)의 경우를 보자.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일식당을 경영하는 사치에와 이곳을 방문한 미도리의 인연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식당을 중심으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조우한다. 카모메 식당이 힐링 영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을 환대하는 중요한 수단인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음식을 매개로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 이웃이 돼 가고 관객 역시 그곳의 따스함으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사치에의 식당은 상행위가 이뤄지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사회적 공간인 것이다. 자신의 식당이 레스토랑이 아닌 ‘동네’ 식당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한 편의 영화도 그 나라의 음식 관련 문화코드를 읽는 데 도움을 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우리는 으레 특별한 음식을 찾는다. 1년 동안 럼주에 건과일과 견과류를 숙성시켜 만드는 독일의 슈톨렌이나 이탈리아 밀라노 지방의 대표적 빵인 파네토네가 그러하다. 다른 나라에도 연말을 기념하는 유사한 음식들이 많다. 외국 음식에 대한 지나친 선호라고 간주하기보다 다양한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코드를 해독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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