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14] 지천명(知天命)
공자는 50세쯤 되어서야 지천명(知天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천명이라 하면 약간 신비주의적 용어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때 천(天)은 공(公)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고 명(命)이란 일의 형세를 말한다. 따라서 지천명이란 자기 개인 팔자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일의 형세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와 짝을 이루는 개념이 예(禮)이다. 주희는 이 예를 예법 정도로 위축시켰지만 공자는 이미 ‘예기(禮記)’에서 예란 치사(治事), 즉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예를 사리(事理), 일의 이치라고 했다.
정(正)은 예(禮)이고 일의 이치[事理]이고, 중(中)은 명(命)이고 일의 형세[事勢]다. 일에는 이치와 형세가 있다는 말이다.
모르는 여인 손을 잡지 않는 것은 예(禮)이자 정도(正道)이고, 물에 빠진 낯선 여인은 어디를 붙잡아서라도 구해주는 것은 권도(權道)이다. 정도(正道)는 신하의 길이고 명(命)을 행하는 권도(權道)는 임금의 길이다. 그래서 임금이 신하에게 일과 관련해서 하는 말을 명(命)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의 형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신하가 일의 형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길은 그 자리를 내던지는 것 정도 말고는 없다. 신하에게 명(命)이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외천명(畏天命)이라고도 했다.
여야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결과다. 여권은 대통령 의지가 많이 작동해 지금의 당 구도를 만들었는데 무감동 정당으로 전락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장제원 의원의 때늦은 불출마 선언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지금 형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형세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힘이 여당은 대통령, 야당은 당대표에게 있다.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형세를 바꿔내는 것을 중(中), 적중함이라 한다. 적중하는 것은 머리 문제가 아니라 마음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실함[切]이 적중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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