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 든 비디오 조각… 뇌졸중에도 예술혼 불태웠네
백남준(1932~2006년)은 한국 태생의 세계적인 예술가다. 동영상을 미술 작품에 등장시킨 비디오 아트 창시자이다.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독일 뮌헨, 미국 뉴욕 등을 거치며 글로벌 작가로 거듭났다. 위트 넘치는 그의 작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서,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최근에는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도 개봉됐다.
백남준은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인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다들 이 천재의 창작도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백남준은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강했다. 초기부터 재활 치료에 매달렸다. 눈과 입과 손이 되살아나면서, 조수의 도움을 받아 작품 제작을 이어갔고, 레이저 아트도 새롭게 선보였다.
백남준은 뇌졸중 후 8년이 지난 2004년에 비디오 조각 <쿠베르탱>을 완성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여러 대의 모니터를 배열하여 인물 형상과 오륜을 상징화했다. 마치 성화를 들고 뛰는 모습인데, 예술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담았지 싶다. 이 작품은 현재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뇌졸중 후 얼마나 많이 뇌 기능을 회복하느냐는 초기 집중 재활 치료로 결정된다. 질병관리청이 뇌졸중 환자의 장기 후유 장애를 대규모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뇌졸중 5년 후에도 있는 장애는 발병 초기 3개월째 기능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욱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뇌졸중 후에 일어난 언어, 운동 등의 뇌 기능 회복은 초기에 이뤄진다”며 “뇌 혈관이 막혀서 오는 뇌경색은 치료 3~4일, 뇌출혈은 2주 이내부터 혈압, 맥박, 체온 등이 48시간 지속적으로 안정되면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걷지도 못한 상태서 시작된 백남준의 초기 재활이 쿠베르탱을 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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