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나회 해체’ ‘전두환 단죄’ YS의 당, ‘서울의 봄’ 흥행에 왜 떠나

양지혜 기자 2023. 12.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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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가 발탁한 이들이 여당 주류
신군부에 빚진 사람들도 없어…
영화 이용하는 野에 왜 침묵하나
1983년 5월, 신군부의 정치 규제 조치에 항의해 단식 투쟁을 한 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손명순 여사가 돌보고 있다./조선 DB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하자 더불어민주당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요즘엔 이 영화 이야기만 한다”는 전언이다. 이재명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관람 후기를 올리고, 단체 관람도 한다. 안민석 의원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침묵한다. 일부 보수 시민 단체는 이 영화가 ‘좌파 영화’라며 단체 관람 저지 운동에 나섰다. 마치 야권이 주장하는 ‘전두환=윤석열, 신군(軍)부=신검(檢)부’ 논리에 당했다는 반응이다.

과연 그럴까.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흔적은 없다. 1983년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에 맞서 목숨 걸고 23일간 단식 투쟁을 하며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선 12·12 때 신군부에 체포됐던 정승화 전 육군 참모총장을 영입했다.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취임 열흘 만에 전광석화 같은 군 인사 조치로 하나회를 해체시킨 인물도 YS였다. 30여 년에 걸친 ‘정치 군인’ 문화를 정권의 명운을 걸고 단박에 뿌리 뽑은 업적이었다. “하나회 해체 덕에 쿠데타 가능성이 사라졌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가 가능했다”는 것엔 정치권 이견이 없다. YS는 전두환·노태우를 법정에 세우고,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도 통과시켰다. YS 손자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최근 총선 출마를 발표하며 “군사 반란 주동자들을 단죄한 주인공의 손자답게 갈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정치계의 봄을 열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김문수처럼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YS 권유로 영입됐고, 유승민 전 의원은 12·12 희생자 고(故) 김오랑 중령의 명예 회복을 주도했다. 국민의힘에 ‘YS 유산’은 차고 넘쳐도 신군부나 하나회에 빚진 사람은 없다. 영화로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을 향해 “충성 경쟁 펼치며 사익만 좇는 모습이 하나회와 꼭 닮았다”고 맞불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쉬쉬하기 바쁘다. 왜 ‘서울의 봄’ 앞에서 YS의 후예들이 떨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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