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동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킁킁! 휙~ 툭.” 먹기 좋게 손질한 대나무가 바닥으로 던져졌다. 심드렁한 표정의 푸바오는 떨어진 대나무에 관심 없다는 듯 딴청을 피웠다. 관람객들은 귀엽다며 미소를 지었다. 푸바오는 나무 위로 올라가 사람들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다. 찰칵, 찰칵. 사진 찍는 소리만 적막을 채웠다. 평소라면 남김없이 먹어 치웠을 대나무가 남았고, 잠들지 않은 채 먼 곳을 바라보는 푸바오의 행동에 사육사들의 표정이 조금씩 걱정으로 채워졌다. 어제와 오늘 푸바오의 행동이 대부분 사람들 눈엔 다를 게 없어 보이겠지만 사육사에게는 그렇지 않다.
야생동물은 비밀이 많다. 사람에게 삶을 의지하고 때로는 복종하며 살아가는 반려동물과 달리 야생동물은 아무리 친숙해 보여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생존을 우선시하며 자주적으로 살아간다.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는 바오 가족 역시 친숙해 보이지만 야생동물이다. 거칠고 냉정한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을 이해하려면 무한한 관심과 애정보다 적당한 거리와 재촉 없는 존중이 필요하다. 숨죽여 현상을 관찰하고, 재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태도. 일과 시작부터 끝까지 대상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부단한 노력과 고뇌의 시간, 농익은 경험이 수반되는 일이다. 하나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나는 20 년 차 야생동물 사육사다. 바오 가족뿐 아니라 침팬지, 원숭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담당했다.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쌓였을 무렵, 바오 가족을 만났다. 그때 내 마음에선 야생동물 사육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독립적 삶을 살고자 하는 야생동물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모두가 서로에게 낯선 존재일 수 있다. 이는 ‘반려(伴侶)’라기보다는 일종의 야생적 관계라고 할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야생동물을 대할 때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70대 운전자 스쿨존 인도 돌진 사고... 보행자 경상입고 함께 있던 반려견은 즉사
- “수능 국어, 9월 모평과 유사해...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분석”
- 장난감 자랑하다 신체 노출 의혹… 최현욱 사진 ‘빛삭’ 소동
- “아버지 추억 담아갑니다”...박정희 대통령 탄생 107주기 행사에 딸 박근혜 찾아
- [단독] 범죄현장 착각해 성폭행 CCTV 확보도 못하는 경찰... 수사관 기피신청 5000건 돌파
- 중앙경찰학교 교수 성폭행 시도에, “男女경찰 방팅도 활발” “중앙연애학교인가”
- “美군사지원 중단? 우크라 수개월내 원자탄 개발 가능”
-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아”…병원서 시험 치르는 수험생의 기적
- 여행·휴식보다 ‘이것’ 먼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일 물었더니
- 허위사실 공표 혐의 허종식 의원, 항소심 첫 재판서 “허위 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