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존중·학교와 교사 판단 신뢰하는 문화 정착돼야”
교권보호위 교육활동침해 연평균 150건
도교육청 내년 전수조사 통해 현황 파악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단체와 TF 구성
학교민원 대응·사생활 보호 시스템 구축
형사 고소된 교원에 원스톱 법률지원도
교사 조사받는 과정 비밀보장 개선 시급
교육활동 보호 학교지원단 12명 구성
현실 반영한 연수·교육자료 개발 돌입
교권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학교와 교사의 판단을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원대응팀을 가동하는 것은 그저 업무를 이관하는 것일 뿐 교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도 교육관계자들이 공감했다. 아동학대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교사가 조사를 받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밀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점 역시 개선이 시급하다. 강원도민일보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마련한 ‘교권 회복을 위한 더 나은 강원교육의 방향 토크콘서트’ 내용을 싣는다.
◇사회 △이상철 화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토론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이현지 변호사 △이세은 원주 섬강초 교사
-교육청에서는 교권보호 대신 교육활동 보호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신경호=“교권보호라는 말이 기존에 쓰이던 용어였으나 2016년에 교원지위법 개정을 하면서 교육활동 보호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교권이라고 하니 마치 교사의 권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권리와 구별되거나 대립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교권보호의 진짜 목적은 선생님들이 수업 마음껏 하고, 생활지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학습권을 보장받아 공부할 수 있고, 학부모들도 교사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강원도내에서 교육활동 침해는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가.
△신경호=“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사안을 보면 최근 3년간 2021년 160건, 2022년 146건, 2023년 상반기 100건이 접수됐다. 평균 150건 정도인데 도내 유초중고를 다 합치면 1000개가 넘는다. 그에 비하면 많지는 않다고 볼 수 있으나 교사들은 관행상 교육활동 침해가 있어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은폐가 되는거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전수조사를 실시해서 현황을 파악하고 교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도우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침해 양상은 어떠한가.
△신경호=“정말 다양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교사들은 의욕을 상실하고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교사가 학생 행동을 제지하면 정신적, 신체적 학대로 신고된다. 학부모에 의한 악성민원도 문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은 학교 홈페이지에 가면 선생님 이름이 익명으로 나와 있다. 교사가 자기 신분을 학부모에게 노출할 수 없는 세상이다. 오죽하면 안심번호를 쓰겠는가.”
-도교육청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대책의 추진과정과 중점에 대해 말해달라.
△신경호=“서이초 사건 발생 후 도교육청은 선제적으로 분향소를 차렸다. 많은 교사가 헌화와 추모를 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됐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겠다 싶어 분향 후 교육단체들과 만났다. 여러 관계자와 함께 TF를 구성해 종합 대책을 수립하게 됐다. 교사가 교육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교육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3대 방향, 5대 중점 분야를 정하고 20여가지의 세부 대책을 수립했다. 특히 교사의 교육력을 위축시키는 학교 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과 교육활동으로 인해 형사고소된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 체계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다.”
-법률지원 대책 중 ‘원스톱 법률지원 서비스’가 있다. 설명해달라.
△신경호=“강원지방변호사회와 MOU를 맺었다. 경찰 초동 단계부터 변호사가 동행해 법률 서비스를 지원한다. 교사가 사건 발생 후 서비스를 신청하면 도교육청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상담과 경찰 조사 시 입회 지원 등을 한다. 그동안 3건 정도가 이뤄졌다.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도움을 드리고 있다.”
-‘선생님과 동행하는 더나은 원스톱 법률지원 서비스’ 개선 방향은.
△이현지=“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4법이라 불리는 교원기본법, 교원지위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골자를 보면 교원의 생활지도를 존중하게 됐고, 사생활 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축소, 은폐 전반을 금지하고 위반 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바뀌었고,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자에 대해 그동안은 피해교원의 요청이 있어야 고발이 이루어졌으나, 교원의 요청 없이도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또한 교육활동 위축으로 발생한 손해배상금의 지원 및 구상권 행사를 지원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그럼에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는 1대 다(多)로 학생을 상대한다. 학생들 뒤에는 학부모도 존재한다. 적어도 아동학대 고소 사안에 대해 기소 이후에도 한 명의 변호사가 계속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장의 교원들이 느끼는 교권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세은=“교권 보호는 교사의 권리만을 보호받으려는 것이 아닌,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중이다. 한 명의 현직 교사로서 교사가 처한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바람을 말씀드리겠다. 지난 9월 교육청에서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민원 대응팀 구성, 교권 사생활 보호에 대한 지원, 학생생활규정 표준안 개발비 보급 등이다. 현장의 입장에서 반가운 내용들이 많았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권보호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보는가.
△이세은=“서이초 사건 이후 교무실에서 학부모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담임 교사에게 바로 전화를 하면 기분이 나쁠까 봐 교무실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며 현재의 민원 대응팀은 민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닌 담임 교사에게 갈 민원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원 대응팀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아직은 아동학대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교사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밀은 잘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교사에게 상당한 고통이 된다. 이런 점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피해교원을 지원하는 상담센터가 없는 지역에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오후 2시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돼 조퇴를 하고 가는 경우가 있다. 시간 편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청이 나서 침해 학생과 학부모가 특별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분별한 신고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이현지=“안타깝게도 없다. 고소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수사기관 역시 의무다. 출동해서 이런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동 학대 사안은 교사가 어떤 단어를 쓰는가에 따라 이 사건을 활자화된 형태로 보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학대 사안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얻기까지만 해도 최소 1~2달이 걸린다. 고소 자체를 막을 길이 없다 보니 학부모들의 인식을 개선해 교권에 대한 존중, 학교와 교사의 판단을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학대 사안에서는 초동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교육청이 처음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해 선행돼야 할 추가적인 법제적 장치는 무엇인가.
△이현지=“교권 침해에 대한 업무가 각 교육지원청으로 이전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업무 과정에서 악성 민원의 대상이 되기 쉽다. 법이 마련돼 내년 3월부터는 교육지원청에서 교권보호위원회도 개최되고 조사도 이뤄지게 됐다. 또한 전담조사관이 채용돼 사법적 지식이 있는 분이 조사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교육청이 마련한 원스톱 법률 서비스는 절차 종료 시까지 계속 지원할 수 있는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의 조속한 현장 복귀를 위해 학교 교육 활동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절차를 속행하도록 경찰·검찰과 합의를 할 필요성도 있다. 반복적인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학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나 법상 근거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법제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결국 교육공동체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교육활동 보호 정책에 대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어보겠다.
△신경호=“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근본적이고 최종적인 해결책은 교육에 있다. 현재 12명의 교육활동 보호 학교지원단이 구성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연수,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이 선발한 인원이 아닌, 지원단에 들어가겠다고 자원한 교사들이다. 침해 학생, 학부모 대상 특별교육도 개선할 계획이다.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악성민원도 안생길 것이다. 인식이 개선되고, 학생·학부모가 학교를 믿게 된다면 오늘과 같은 토론 주제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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