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정현'] 의도치 않은 휴식기를 끝내고

박지윤 2023. 12.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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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로 스크린 복귀…형사 동근 役
"배우이자 인간 김정현으로서 망각하지 않고 발전할 것"

배우 김정현이 영화 '비밀'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토리제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배우 김정현이 좋아하는 문구이자 '비밀' 동근의 대사이기도 하다.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에 예상치 못한 공백기를 갖게 된 김정현은 마냥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로서 연기 열정을 다시 지폈고 인간으로서 계속 발전해야 된다고 다짐한 채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현은 '비밀'(감독 임경호·소준범) 개봉을 앞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이날은 2021년 사생활 이슈가 불거지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가 논란 이후 취재진과 보다 가까이서 만나는 첫 인터뷰 자리였다.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김정현과 관련된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를 아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날도 '경직된 분위기의 인터뷰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으나 이는 기우였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앞 타임의 인터뷰에서 김정현과 취재진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후 예정된 시간에 맞춰 인터뷰가 진행되는 카페의 3층으로 올라갔다.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자신도 "김정현입니다"라고 소개한 그는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연기 가치관과 논란 이후의 시간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정현은 강력반 형사 동근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영화특별시SMC
먼저 오랜만에 큰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을 들어봤다. 그는 "타이트하게 촬영했는데 완성도가 높았어요. 물론 제 연기는 아쉬웠죠. 2년 전에 찍은 걸 지금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바꿀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쉬웠어요"라며 "다른 배우들은 너무 잘해주셨어요. 영화를 보면 생각할 거리가 생길 것 같아요"라고 만족감과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다.

13일 개봉한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 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김정현의 마음을 흔든 건 동근의 대사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그는 "예전에 팬들에게 해당 문구가 적힌 수첩을 선물한 적이 있었어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나리오도 몰입도 있게 봤어요"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극 중 동근은 잔인하게 살해된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의문의 증거를 따라가면서 미궁 속에 빠진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는 강력반 형사다. 그는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자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과 팽팽하게 대립하며 사건을 수사하고 과거의 자신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로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이에 김정현은 10kg을 증량하고 얼굴 톤을 어둡게 하면서 비주얼 변주를 꾀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분석하며 극을 이끌었다.

김정현은 "제 연기에 만족한 적 없고 앞으로도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욕심이 많나 봐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영화특별시SMC
다만 김정현은 캐릭터의 직업이 경찰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사명감을 갖지 않았다고. 과거의 일을 망각한 걸 뒤늦게 깨달으면서 느끼는 죄책감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명감이 없어야 과거의 자신이 했던 말과 일련의 모든 일이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더라고요. 망각의 죄책감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김정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SF9(에스에프나인) 멤버 겸 배우 다원도 언급했다. 그는 다원의 연기 열정이 자극제가 됐다고.

"다원 씨랑 현장에서 붙은 적이 없었는데 보니까 당돌하게 잘했더라고요. 다원에게 '다른 캐릭터들은 아역과 성인이 묘하게 닮았는데 너만 역변해서 미안하다'고 했죠. 다원이는 연기가 너무 재밌대요. 열정이 반짝반짝 거리더라고요. 보면서 '정현아 너도 이런 마음을 가져야지'라고 마음먹었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여전히 뜨거운 연기 열정과 욕심을 갖고 있는 김정현이다. 연기는 재밌지만 자신의 것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만족한 적 없다는 그는 "매 작품 연기하는 캐릭터가 다르잖아요. 그 사이에 연기가 늘었다는 건 기능적인 것에 불과하죠. 한 작품에서 연기를 잘했다고 해서 그게 평생 가는 건 아니잖아요. 만족하지 않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많나 봐요"라고 견고한 소신을 드러냈다.

"모두가 100% 좋다고 생각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건 별로일 것 같아요. 섣부른 게 아닐까요. 스스로 제 연기가 완성도 있다고 느껴지면 작품 안에서 던져야 할 메시지를 간과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나중에 제가 제 연기에 만족했다고 하면 한 마디 해주세요(웃음)."

김정현은 "정말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다. 앞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작업해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토리제이
결코 만족은 없지만 연기는 언제나 즐겁단다. 또한 별개로 김정현이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도 명확히 있었다. 바로 주변 사람들과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먹고 자란다는 그는 "늘 갈망하고 갈증하고 있어요. 작품으로서 주변 분들과 팬들이 얘기해줄 때가 너무 좋아요.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완성되죠"라고 강조했다.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김정현은 드라마 '학교 2017' '시간'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에 갑자기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지난 1월 MBC '꼭두의 계절'로 복귀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쉼을 보낸 김정현이다. 잠시 침묵한 채 이 기간을 되돌아본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살면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흘러갈지도 몰라요. 지금을 살고 있지만 이것들이 과거로 남고 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죠.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되는 것 같아요. 머물러있지 않고 발전해야 하는 게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이전에 인간 김정현으로서 더 발전해야죠. 망각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면서 오래오래 생각해 봐야죠."

끝으로 김정현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열심히 달릴 힘찬 미래를 약속했다. 그는 "정말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팬들과 얘기하고 싶고 오랫동안 이런 시간(인터뷰 등)을 갖고 싶어요. 앞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작업해서 다시 인사드리고 싶어요"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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