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골프존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제조 기업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20년 전만 해도 다 맞는 말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뮬레이터 제조를 넘어 스크린골프 투어를 열고 있고 실제 필드에서 정규 프로골프 투어 대회도 주최한다. 골프용품 판매와 골프장 체인 사업으로도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오랜 세월 ‘토털골프문화기업’을 표방해왔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사람들이 ‘골프존’ 하면 떠올리는 것들이 아주 다양해졌다.
골프존은 채용 공고가 뜨자마자 삽시간에 퍼지는, 구직자들 사이 인기 기업이기도 하다. 본사 직원만 약 500명.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골프존맨’을 만났다. 왜 ‘골프토털플랫폼기업’인지 더 잘 알게 됐다.
스크린골프 투어인 G투어의 성장은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세계 최초의 시뮬레이션 프로골프 투어로 시작한 2012년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지금은 아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많다. 경기장을 방문해 직접 관전하는 사람도, TV 중계로 즐기는 사람도 많다.
“처음엔 스폰서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광고 인벤토리 구매와는 또 달라서 기업의 의사결정이 한층 더 까다로우니까요. 그러다 차츰 레퍼런스를 만들고 그에 따라 제안이 이뤄지다 보니 사정이 빠르게 나아졌습니다.” G투어 개최 담당자인 안희훈 골프존 미디어사업팀장의 말이다. 현재 G투어는 시즌 총상금이 13억 원이고 2012년부터 누적 상금은 무려 125억 원이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8개국에 중계되며 G투어와 필드의 정규 프로 투어를 겸하는 선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는 라이브
안 팀장은 골프존의 ‘유틸리티맨’이다. 스크린골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도 지휘한다. 구독자 40만 명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과 세계 최초의 24시간 스크린골프 전문 채널인 스크린골프존을 운영한다.
“그 전엔 G투어를 비롯해 저희 골프 방송이 전부 녹화 방송이었어요. 제작권과 방영권을 방송사에 통으로 주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이런 의문을 떨칠 수 없었죠. ‘스포츠를 딜레이 중계하는 게 맞나?’ 우리가 직접 하더라도 라이브로 가야 한다고 봤어요.” 지난해부터 G투어는 전 경기 생중계다. 안 팀장이 직접 중계차도 탄다. 골프존은 필드 대회인 한국프로골프(KPGA) 정규 투어 대회 또한 2개나 운영한다. 이 대회 스폰서십 업무 등도 안 팀장의 일이다.
남녀 투어 대회 중계 화면에 나타나는 샷 궤적, 볼 탄착군, 퍼트 예상 경로 등이 골프존 기술인 버추얼 3D 중계, G-트레이서다. 안 팀장은 콘텐츠 아이디어를 구하려, 골프존 기술 적용을 확인하려 KPGA 투어 대회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중계를 빠짐없이 챙겨본다. 대회장을 찾아 방송사 중계팀과 개선점을 의논하기도 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한판 대결
2012년 골프존 입사 전에 안 팀장은 싸이월드로 유명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를 다녔다. 광고 미디어플래닝과 상품기획이 주 업무였다. 회사는 웹에서 모바일로의 플랫폼 대전환기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다. 안 팀장은 이직을 알아봤다. 그러다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의 스크린 밖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크린골프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와 토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실행 플랜도 명확해 보였어요.”
골프존 입사 후 광고 제휴 업무를 주로 보던 안 팀장은 이후 서비스 기획과 마케팅 실행 업무 등 다양한 기회를 부여 받으면서 업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다양한 업무 경험이 골프 산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자산이 됐어요.”
코로나19로 스포츠가 멈췄을 때 골프존은 실시간 네트워크 대회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타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스크린골프로 한판 붙었다. “넬리 코다가 정말 신기해 했어요. ‘모든 게 중단됐는데 실시간 원격으로 대결을 할 수 있다고?’라면서요.” 미국 플로리다에선 아침 7시에, 우리나라에선 밤늦게 골프존 시스템에 동시 접속해 대결을 벌였다. 골프존은 이런 기술적 성과를 발판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이 있는 나라에서 스크린골프 대회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당장 내년에는 골프존 시뮬레이터가 들어가 있는 나라 전부가 참여하는 온라인 대전을 열 계획이다.
세상에 없던 재미와 편의를 찾아서
안 팀장은 배틀존 서비스 론칭도 주도했다. 수백 만 골프존 회원을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은 등급에 묶어 경기를 매칭해주는 네트워크 플레이 서비스다. 지금은 골프존 회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즐겨본 대표적인 게임 모드가 됐다. “골프라는 건 경쟁이 있으면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1·2인 유저도 어딘가 존재하는 비슷한 실력의 유저와 경쟁하면 부가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필드 대회에서도 골프존은 이용자 요구를 예상한 밀착형 서비스로 눈길을 끌었다. 경북 구미에서 열렸던 KPGA 투어 골프존-도레이 오픈 기간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대단지 아파트에 순환버스를 돌린 것이다. 집에서 갤러리 주차장까지 이동한 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골프장으로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데, 골프존 대회는 아예 아파트 안에 임시 정류장을 세웠다. 관람객은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곧장 대회장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덕분인지 나흘간 2만 명 가까운 기록적인 갤러리가 몰렸다.
골프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환경
구직자들의 귀가 쫑긋해질 골프존만의 ‘메리트’도 들어봤다. “자기가 일하는 만큼 많은 기회 요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첫째예요. 커리어나 성향에 맞는 업무를 찾아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거죠. 그리고 복지도 굉장하고요. 골프를 좋아한다면 이보다 나은 직장은 없을 겁니다.”
필드나 스크린골프 라운드 비용 지원은 기본이고 직장 내 8명을 모으면 1년에 한 번 원하는 곳으로 여행도 보내준다. "점심시간에 사내 시뮬레이터에서 자유롭게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새해 시작과 함께 특정 스코어를 깨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지기 때문에 다들 더 열심이에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임직원 스크린·필드 골프대회도 있고요.”
안 팀장은 “스크린골프를 여가로 즐기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스크린골프를 보고 즐기는 하나의 시청 수단으로 발전시키고자 다양한 대회와 콘텐츠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해외로 확산하는 걸 목표로 여러 채널을 통해 스크린골프와 관련 문화가 퍼져나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실시간 네트워크로 대륙 대항전이 열릴 날도 오지 않을까요.”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양준호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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