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6년 1485억원에 샌프란시스코 간다
이정후(25)가 역대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최고 대우로 내년 MLB(미 프로야구) 무대에 선다.
메이저리그 소식에 정통한 현지 기자들은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85억원)에 입단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정후가 4시즌을 뛰면 남은 계약을 해지하고 새 행선지를 찾을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까지 계약에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MLB 홈페이지도 취재원을 인용해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전하며 “그의 타격 성적은 눈이 튀어 나올 정도(eye-popping)다. 또한 평균 이상의 중견수로 여겨져 메이저리그에서 공수 모두 임팩트를 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가 ‘바람의 아들’로 통하는 한국의 전설적 유격수 이종범의 아들이며, ‘바람의 손자’로 유명하다는 소개도 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를 경험했던 한국 선수는 황재균(2017년 18경기·현 KT)이 유일하다.
◇류현진-김하성의 첫 입단 계약 수준 넘어서
이정후가 받게 될 1억1300만달러는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맺은 계약 액수로는 역대 최고다. 류현진이 2012년 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약 473억원), 김하성이 2020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달러(약 368억원)에 사인했던 금액을 크게 뛰어넘는다.
이정후의 1억1300만달러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아시아 출신 선수 연봉 총액 중 역대 두 번째다. 일본의 다나카 마사히로(투수)가 2013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달러(약 2039억원)에 계약한 것이 1위다. 투수가 아닌 야수로는 이정후가 아시아 최고다.
한국인 빅리거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범위를 넓히면 추신수(현 SSG)가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3000만달러(약 1710억원)가 역대 최고액이다. 류현진은 2019년에 4년 8000만달러(약 1052억원)의 조건으로 다저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겼다. 평균 연봉으로는 그의 2000만달러(약 263억원)가 1위 기록이다.
평균 연봉이 1883만달러인 이정후의 연도별 수령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평균으로 따지면 샌프란시스코 선수 중에선 최고 수준이다. 내년에 미치 해니거(외야수)가 2000만달러(약 263억원), 마이클 콘포토(외야수)가 1800만달러(약 237억원)를 받을 예정이다. 5년 9000만달러(평균 1800만달러)에 재계약한 로건 웹(투수)은 매년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다. 내년엔 800만달러(약 105억원)만 쥔다.
◇오타니 놓친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에 ‘올 인’
이정후는 지난 10월 10일 키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했다. 고척돔에서 삼성과 벌인 홈 경기에 대타(8회 내야 땅볼)로 한 타석을 소화하고, 9회 수비(중견수)까지 했다. 7월 말에 왼 발목 수술을 한 그는 2023시즌 홈 최종전을 통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피트 푸틸라 단장이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그만큼 이정후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이정후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격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국내 무대에서 7시즌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했다. 작년엔 타격 5관왕에 올랐다. 통산 타석당 삼진 비율은 7.7%, 올해는 5.9%에 불과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삼진율이 22.7%였다. 이정후의 통산 안타 1181개 중 홈런은 65개뿐이지만, 특유의 정교함으로 2루타(244개)와 3루타(43개)를 많이 생산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자 현지 매체들은 5000만~9000만달러 수준의 4~6년 계약을 예상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옵트 아웃 조항까지 포함한 특급 대우로 이정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3시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팀 중 4위(79승83패)에 그쳤던 샌프란시스코는 전력 보강이 시급했다. 샌프란시스코 외에 뉴욕 양키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이정후에 관심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29) 영입전에서 LA 다저스에 밀린 뒤 ‘이정후 잡기’에 힘을 쏟았다.
◇이정후, 내년에 김하성, 오타니와 대결
2024년 3월 20일과 21일 고척돔에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가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미국 땅에서 열리는 2024시즌 첫 경기는 3월 29일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부터 같은 샌디에이고와 원정 4연전을 벌이며 시즌을 시작한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의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은 올해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받으며 주가를 높였다.
현지에선 벌써부터 이정후가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개막전 데뷔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 원정 4연전 후 LA로 이동해 다저스와 3연전을 한다. 이정후는 LA 에인절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와 한일 타자 대결을 펼치게 된다. 지난 9월 팔꿈치 수술을 한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는 내년에 타자로만 뛴다.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디에이고, 다저스와 내년에 13번씩 싸운다.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외야 좌중간(122m)보다 우중간(126m)가 더 깊은 형태다. 이정후처럼 발 빠른 좌타자가 당겨치기로 장타를 만들기 유리하다. 샌프란시스코는 2014년에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뒤 9년 동안 ‘가을 야구’에 두 번만 초대받았다. ‘바람의 손자’가 내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상승 기류’를 일으킬지 팬들의 기대가 쏠린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전 확대·법인세 인하 놓고 충돌... 獨 ‘신호등 연정’ 3년 만에 붕괴
- ‘여소야대’ 일본 중의원, 30년 만에 野가 예산위원장 맡는다
- 추위 풀리는 주말... 전국 빨갛게 물든다
- 中, 지방정부 부채 감축에 2000조원 투입
-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 돌연 자진 사퇴
- 부산·경남 행정 통합 첫발... “대한민국 경제 수도 될 것”
- 尹 “우크라서 습득한 현대戰, 100만 북한군에 적용땐 안보 큰 위협”
- “비상문 열려고 한다”...’대한항공 기내 외국인 난동’ 당시 상황 보니
- ‘3500억대 다단계 사기’ 마이더스 前 대표 서모씨, 징역 16년
- [단독] ‘검사 때 사건 수임 논란’ 이종근, 검찰 수사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