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 '反유대' 비판한 헤지펀드거물 애크먼…'절반의 성공'(종합)
유대인혐오 질문에 소극적 답변한 총장들 퇴출 요구…1명 사임, 1명 유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명문대를 상대로 한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의 '반(反)유대 총장 퇴출 운동'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 총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은 과정에 유대계인 애크먼 회장의 집요함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애크먼 회장은 한 때 월스트리트에서 '공매도의 대명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2004년 퍼싱스퀘어 캐피털을 설립한 그는 지난 2012년 세계적인 건강보조식품 업체 허벌라이프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공매도를 벌여 유명해졌다.
세계 80여 개국에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허벌라이프의 실체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라는 그의 주장은 당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 끝까지 허벌라이프를 쫓아다닐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불법 피라미드 영업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고,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나서면서 허벌라이프는 2억 달러(약 2천600억 원)의 과태료를 납부했다.
이 같은 애크먼 회장의 집요함은 미국 명문대 총장들과의 전쟁에서도 재차 발휘됐다.
그는 지난 10월 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돌리는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성명서가 발표되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서명한 하버드대 학생 모임이 월스트리트의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취업 문제까지 건드린 그의 트윗 때문에 하버드대 일부 학생 모임은 서둘러 서명 취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칼 끝을 학생에서 총장으로 돌렸다.
그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을 향해 잇따라 공개서한을 보냈다. 게이 총장이 신속하게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에 유대인 혐오의 물결이 확산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무조건 억압자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배경은 캠퍼스 이념화의 문제점이라는 주장도 폈다.
애크먼 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모두 유대인 혐오의 문제점에만 주목했지만, 더 큰 문제는 대학 내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연방 하원 교육위원회가 게이 총장을 비롯한 명문대 총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연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은 애크먼 회장의 공개서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애크먼 회장은 청문회가 끝난 뒤엔 총장들이 유대인 혐오와 관련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이 사임을 발표하자 "한 명은 처리 완료"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그의 집요함은 역풍도 불렀다는 지적이다.
애크먼 회장은 게이 총장이 하버드대 최초의 흑인 총장으로 선출된 과정을 거론하면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이에 대해 애크먼 회장의 하버드대 재학시절 은사였던 데이비드 토머스 모어하우스대 총장은 "게이 총장의 자격 문제를 거론한 것은 숨겨진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공격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날 하버드대 이사회가 게이 총장에 대한 유임을 결정한 배경에는 애크먼 회장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대한 대학 측의 반감도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크먼 회장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하버드대 이사회가 내 트윗 때문에 게이 총장을 사직시키는 모양새를 연출하지 않으려고 유임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애크먼 회장은 모교와의 갈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국 유통업체 쿠팡의 초기 투자자였던 애크먼 회장은 기업공개(IPO) 이전인 2017년 1천만 달러(약 132억 원) 상당의 쿠팡 비상장주식을 하버드대에 기부했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추후 주식 운용에 대해선 자신과 상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IPO 전에 쿠팡 주식을 매각해 7천500만 달러(약 990억 원)의 잠재이익을 놓쳤다는 것이다.
최근 유대인혐오 논란 외에도 대학 운영을 둘러싼 실망감이 게이 총장 퇴진 운동에 나선 이유가 됐다는 이야기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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