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인사제도 개혁, 치안경쟁력 높이는 길이다 [동아시론/임준태]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스마트치안학회장 2023. 12. 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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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승진 둘러싼 브로커 청탁 비리 다시 발생
주관적인 ‘지휘관 점수’ 놓고 인사 불만 이어져
외부전문가 참여 등 공정성, 투명성 해법 찾아야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스마트치안학회장
최근 한 지방경찰청에서 발생한 경찰 간부 승진을 둘러싼 비리 문제로 경찰 조직의 인사제도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 경찰의 우수한 치안 역량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소위 ‘치안 한류’마저 궁색해지는 상황이다.

제복 공무원들로 구성된 경찰 조직은 일반 공무원들과는 달리 상하 간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계급에 따른 권한의 많고 적음이 뚜렷하다. 1829년 영국의 내무장관 로버트 필이 런던 수도경찰청을 창설할 당시, 경찰 조직을 준(準)군대 조직이면서 법 집행 기관인 점을 감안해 2명의 공동청장(법률가 출신 및 군 장교 출신)을 임명하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할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3단계(순경-경위-경정급 혹은 9급-7급-5급) 입직 과정을 채용하고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순경급(Constable) 입직 과정’으로 단일화하고 있는 경향이다. 그런데 처우는 어떨까. 이들 영미법계 국가의 순경은 한국의 9급 수준이 아니라, 5∼6급에 해당하는 보수 수준을 보장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시의 인구 규모는 약 67만 명(2023년 기준)인데, 경찰관이 약 1450명, 소방관이 800명 정도 된다. 밴쿠버시장, 경찰서장 그리고 소방서장 중에서 누가 연봉을 제일 많이 받을까? 정답은 소방서장이며, 시장의 2배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위험한 현장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적극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찰의 승진 제도는 시험, 심사, 근속, 특별승진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크게 보면, 시험 성적과 업무 성과 등을 중심으로 승진하는 코스로 대별된다. 1980년대 초반부터 정착된 나름 합리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제도이다. 젊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은 법학과 실무 관련 지식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조기에 승진하는 절차 그리고 업무 성과와 근무 실적을 성실하게 쌓은 직원들을 배려한 심사 승진 제도가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다.

상위 계급으로의 승진과 보수 체계는 경찰관의 직무 만족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통상 5배수로 선정된 승진 후보자들 가운데, 선발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사권을 가진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의 보직 기간이 평균 12∼15개월 정도로 1년 남짓 된다. 인사권자들이 수십, 수백 명에 달하는 부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고과를 평정할 때, 그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진짜 일을 열심히 하거나 조직을 위해 일한 사람을 가려내서 승진시켜 주는 구조가 아니라 상관에게 아부 잘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아 온 직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 같다. 브로커를 동원해서라도 인사권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사정하고 싶은 상황이 발생한다.

시험 성적이나 업무 성과는 대체로 객관적인 지표나 기준을 통하여 측정될 수 있지만, 상관이나 인사권자가 갖고 있는 주관적인 ‘지휘관 점수’는 그렇지 못하다. 지휘관 입장에서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지휘·운용하기 위해서 인사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서장의 인사권은 조직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승진과 보직 관리를 비롯한 인사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자의적인 주관적 평가 및 과도한 재량을 억제하고, 심사 과정에 대한 외부 전문가 참여 등을 통한 투명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90%를 차지하는 경위 이하 하위직 인력 규모를 개선하는 것이다. 경정급(5급) 이상의 간부직 비율도 타 행정기관과 형평성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출신별, 지역별, 성별 안배가 최선은 아니며, 의도적으로 특정 출신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비효율적인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나 경호처 등의 입직 체계와의 비교, 타 행정기관의 계급별 인력 구조와의 차이점, 11단계 계급 구조의 축소 가능성, 지방경찰청장 등 관서장 보직 개방 등도 검토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지금까지 늘 제복 입은 공무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강조해 왔다”고 했다. 선진 각국 경찰과 비교했을 때, 보수 수준이 그다지 충분하지도 않은 한국 경찰관, 소방관들에게 공정한 인사야말로 제복 공무원들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 조직의 인사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제도들이 오랫동안 연구되어 성과물들이 축적되어 있는바,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경찰 조직의 발전과 치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한국스마트치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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