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저출생 대책을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 [광화문에서/강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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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올 3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건 2015년 11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었다.
이후 정부 내에선 올 연말 전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저고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가정 양립 대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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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최근 필자와 만나 “총선에서 승리해야 저출생이든 민생이든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총선에서 승리할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들으면서 ‘윤석열 정권’ 대신 ‘대한민국’이, ‘총선 승리’ 대신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각에선 여야가 상대적으로 이견이 없는 저출생 문제를 여권이 주도적으로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해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여소야대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면서 집권 초반을 허비하느니 주어진 여건을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실력을 국민에게 보여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저출생 문제는 오늘내일 먹고살 걱정이 우선인 국민에겐 와닿지 않는 이슈다. 대책의 효과가 수십 년 후에나 가시화되기 때문에 4년 뒤, 5년 뒤 당선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권에도 관심이 없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에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다뤄지며 국내에서 반짝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 0.78명은 1994년 독일 통일 직후 혼란에 빠졌던 동독 지역 0.77명과 근접한 수치다. 지금 이 추세라면 두 세대가 지난 50여 년 뒤 우리나라 국민은 17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주변에 윤 대통령의 최대 성과가 무엇인지 여러 명에게 물었다.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공조를 강화한 외교안보 성과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내치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뚜렷한 성과가 아직 없다 보니 임기 5년인 대통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어떻게든 확보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만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이미 똑똑해진 유권자들은 오직 눈앞의 선거만을 바라보고 내놓는 선심성 공약엔 감동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 정책을 챙기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출생 여파의 직격탄을 맞을 젊은 세대는 적어도 진정성을 느끼지 않을까. 선거를 치르려면 결국 유권자인 국민이 있어야 한다. 눈앞에 닥쳐온 저출생 위기를 방치하고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동안 선거도, 국민도, 나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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