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SIGHT]쇼트폼이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이유

크리스토프 로흐 케임브리지대 저지 경영대학원 교수 2023. 12. 1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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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한 어머니가 두 딸과 매일 나누는 대화를 쇼트폼(짧은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더우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모녀는 고대 중국 황제의 하렘에서 어머니와 공주가 대화하는 톤으로 재밌게 논쟁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많은 부모와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 영상을 계기로 모녀의 채널은 짧은 기간 수많은 팔로어를 얻었다. 차(茶) 판매상의 요청으로 모녀는 영상의 화면 하단에 ‘구매’ 클릭 버튼을 만들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차의 가격이 저렴한 데다 모녀와 직접 대화하는 데 재미를 느낀 팬들은 콘텐츠 내용이 차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차를 구매했다. 이 모녀의 더우인 팔로어 수는 현재 250만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쇼트폼 콘텐츠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쇼핑 경험이 바뀌고 있다. 앞서 소개한 모녀의 채널 사례처럼 쇼트폼 콘텐츠를 보고 충동구매를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우인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인 2022년 총 상품 판매량 1조2000억 위안, 연간 7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우인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으로 알리바바나 징둥닷컴 같은 전통적인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기존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필요가 있을 때 플랫폼에 로그인해 제품을 검색한 후 추천을 받아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더우인 같은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콘텐츠에 참여하는 게 재밌어서 구매한다. 심지어 필요하지 않은데도 팬이라는 이유로 특정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더우인 같은 콘텐츠 기반 전자상거래 모델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 플랫폼은 매력적이고 창의적이며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존 플랫폼이 많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능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은 것과 대조적이다. 새로운 플랫폼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중국 최대 어학원인 뉴오리엔탈 에듀케이션의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이 회사는 2년 전 중국 정부가 영리 목적의 과외를 금지하면서 직원 6만 명을 해고하고 운영 수익이 80%나 급감했다. 창업자 위민훙은 생존을 위해 더우인에서 농산물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직원 모두 전직 영어 강사로 농산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스토리텔링을 잘한다는 강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둥위후이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시를 낭송하며 일상에서 얻은 짧은 성찰과 교훈을 전달하는 영상으로 온라인 스타가 됐다. 사용자들은 그의 영상에 열광하며 플랫폼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그가 추천하는 제품을 열심히 구매했다. 하루 매출액이 최대 3500만 위안에 달하는 이 회사는 현재 시가총액 50억 달러에 달하는 상장사 이스트바이 홀딩스로 성장했다.

앞으로 콘텐츠 기반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인플루언서의 성공과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루언서 채널에 장바구니 같은 판매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개별 사용자의 관심 콘텐츠를 예측해 플랫폼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예컨대 틱톡은 사용자가 무엇을 시청하고 클릭했는지, 어떤 콘텐츠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얼마나 많은 화면을 방문했는지 등을 초 단위로 업데이트해 다음에 어떤 콘텐츠를 시청할지 정확하게 예측한다. 또 콘텐츠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단순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 인플루언서와 팔로어의 관계를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인기가 떨어진 인플루언서가 새로운 인플루언서로 빠르게 전환해 중간에 수익이 감소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더우인의 비즈니스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도 확장될 수 있을까? 나라별 소비자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소비자와 인플루언서 간의 끈끈한 정서적 관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와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이커머스 플랫폼, 소비자-인플루언서 관계가 우선이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크리스토프 로흐 케임브리지대 저지 경영대학원 교수
하이젠 시 전 하너지박막발전 CEO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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