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번역은 망설이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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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의 이야기가 마침내 대로를 내달릴 때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탈리아의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대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25년 전 처음 한국에 온 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통번역을 했고, 한국과 이탈리아기업 컨설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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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의 이야기가 마침내 대로를 내달릴 때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수상자였고,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우문에 깊이 있는 대답을 내놓는 중이었다.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를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해 한국문학번역원 주관의 ‘2023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수상한 번역가 리아 요베니띠는 6일 노래하듯 경쾌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함께 대상을 받은 김혜경·장클로드 드 크레센조(프랑스어, 공역), 오영아(일본어) 번역가와 더불어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요베니띠는 번역 과정에 망설임은 끝이 없었다며 어려움의 일단을 들려줬다. “소설에서 어머니는 성 소수자인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며 딸과 그의 파트너를 ‘애야’ ‘얘들아’라고 부르는데, 이걸 그대로 번역할 수가 없었어요. 이건 번역가에게 도전이었죠.”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진 그의 펌 머리는 자주 물결쳤다. “또 65세 할머니가 손님으로 들어왔을 때 점원이 ‘어머님’이라고 하는 것도, 직역하면 의미가 없어 작가의 의도를 살리려고 노력했지요.”
기자가 이날 처음 주목한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다른 수상자였다. 10여년 전 특파원 시절부터 한국문학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던. 하지만 요베니띠의 재치 있고 성찰이 담긴 이야기에 꽂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서면으로 제출한 소감에선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에게 ‘말’이라는 것은 그 하나하나 역사라는 땅속으로 깊이 뻗은 뿌리가 있고,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피어난 잎사귀들로 이루어진 나무와도 같습니다. 그 ‘말’ 한 그루는 또 각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요. 저는 번역가로서 그 ‘말’의 그림자 속에 살면서,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모습을 짐작해 보고, 물을 주고 살을 붙여서 매일 조금씩 더 키워나가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대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25년 전 처음 한국에 온 뒤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통번역을 했고, 한국과 이탈리아기업 컨설팅을 했다. 특히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키워냈다. 명함을 건네는 기자에게 자긍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 지갑 속 두 아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맑은 눈동자와 짙은 눈썹을 가진 아이들. 그는 현재 한국외대 이탈리어학과에 출강 중이다.
“망설이고, 망설이고… 끝이 없어요.” 간담회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들어섰다. 멀리서 150번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때 불현듯 상상에선, 한국의 문화와 마음을 가득 실은 버스가 한반도를 북상해 시베리아와 유럽을 거친 뒤 남쪽으로 내려가 지중해와 이탈리아 로마로 달려가고 있었다. 더구나 버스 운전사는… 요베니띠와, 그의 마음이었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김용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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