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첫 집 장만, 매일이 새로움의 연속

2023. 12.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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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가장 비싼 쇼핑이라고 하면 과연 어떤 품목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3위가 PC나 휴대전화 구매, 2위가 자동차 구매, 1위가 집 구매라고 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기숙사나 다른 사람이 구해준 집에서 살았기에 나에게 이번 이사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일본에서는 보통 모든 수리가 되어 있는 빈집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집을 볼 때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상태에서 집을 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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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가장 비싼 쇼핑이라고 하면 과연 어떤 품목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3위가 PC나 휴대전화 구매, 2위가 자동차 구매, 1위가 집 구매라고 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최근 거금을 들여 집을 장만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기숙사나 다른 사람이 구해준 집에서 살았기에 나에게 이번 이사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한국의 이사가 아주 독특하게 느껴졌다. 일본에서는 보통 모든 수리가 되어 있는 빈집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집을 볼 때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상태에서 집을 보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집 상태를 봐야 하는데 자꾸 인테리어나 가구 배치에 눈을 두는 나를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바로 전세제도였다. 일본은 집을 구할 때 분양이나 임대만 있다.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나중에 집을 나갈 때 돌려받는다니 제법 괜찮은 제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요새는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먼저 보증금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마련하기가 힘들어서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까지 본가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세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세제도가 없는 일본에서도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실제 내가 아는 분도 전세 사기를 당했다. 그분은 사기를 당하기 전에 분명 집주인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했고, 부동산중개인도 사기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교묘한 수법이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8월 결혼식이 끝나고 우리도 본격적으로 집 찾기를 시작했다. 남편과 농담으로 “이렇게 하다가 정말 연말은 새집에서 지내고 있을지도 몰라”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10월에 현실이 됐다. 그간 여러 집을 보고 다녔는데 그중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음에 든 집이 있었다. ‘이 집에서 살고 싶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 소원이 통한지는 모르겠지만 그 며칠 후 무사히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이사갈 집은 수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해서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동시에 대출 신청도 해야 해서 남편이 애썼다. 애쓰는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마음이 뿌듯했다. 대출 신청을 할 때 나도 재직증명서나 원천징수영수증 등 서류를 준비했다. 2년 전에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이제는 일을 해서 수입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무언가를 받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가족에게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구나 싶었다.

한 벽을 넘어가면 또 다른 벽이 생기는 매일이다. 리모델링 그리고 이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마도 그럴 테다. 일과 집안일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즐기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재미있는 삶이 펼쳐질 것이다. 부푼 마음을 안고 매일 출근하기 전에 한창 수리 중인 현장을 보러 가는 요즘이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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