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日 기시다, 자민당 비자금 의혹까지 '설상가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 총리 관저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대의 낮은 지지율에 위기에 몰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여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자 “매우 유감”이라며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선두에 서서 임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임시 국회가 끝난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위기감을 갖고 대응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정치 안정이 있을 수 없다”며 “정치 신뢰 회복을 향해 자민당의 체질을 일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신속하게 인사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14일 중 각료 인사에 나설 뜻도 밝혔다. 그는 “국정 차질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으나 “조율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정치자금 스캔들의 진원지인 아베파에 속한 각료 4명과 아베파의 부대신(차관급) 5명이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해왔다. 스캔들은 아베파 의원들로부터 시작됐지만, 일부 기시다파 의원들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HK는 기시다 총리가 ▲관방장관에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 ▲경제산업상에는 사이토 겐 전 법무상 ▲총무상에는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총무상 ▲농림수산상에는 사카모토 데쓰시 전 지방창생담당상을 각각 후임자로 기용할 뜻을 굳혔다고 이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비자금 문제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곤혹스러운 듯 입술을 꽉 깨무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 발생의 원인이나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한 생각은 밝히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사실이 확인되면 설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뒤 원인이나 과제와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시다 정권은 미룰 수 없는 과제에 진지하게 임해왔다”면서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한일 관계 진전 등을 현 내각의 성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긴박한 1년이 될 것이고 난국을 극복하려면 정치 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후 내각 총사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해서도 “지금은 앞의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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