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옥시, 가습기살균제 ‘천식 피해자’에도 배상해야” 첫 판결

방극렬 기자 2023. 12. 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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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9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가 3등급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뉴시스

가습기 살균제로 천식이 악화된 피해자에게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이 위자료를 줘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서 폐 질환이 아닌 천식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보민)는 1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A씨 가족이 옥시와 납품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옥시 등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로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2월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천식 피해를 인정받았고, 이후 중증 천식으로 분류됐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옥시 등은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후 기존에 앓고 있던 천식 질환이 악화되고,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옥시 등은 다른 원인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씨를 대리한 김성주 의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옥시 측은 천식 발병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의 인과관계를 일관되게 부인하며 합의도 거절했다”면서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옥시 등을 상대로 한 천식 관련 추가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외에 다른 천식 피해자들도 옥시 등과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가 옥시 등에 청구한 6억원의 손해배상금 가운데 법원은 2000만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기저질환이 있어 천식 악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정부로부터 구제 급여로 1억2000여만원을 지급받고 이후 매달 일정액의 급여를 받는 점, 옥시가 구제 급여 재원의 상당부분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영유아, 임산부 등의 폐 손상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올해 11월 기준 5445명이 피해자로 인정돼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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