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예쁜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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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보조기기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토도웍스를 방문한 날, 미팅 막바지에 실제로 휠체어 제품을 본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첫 개발품은 수동휠체어에 다는 보조동력장치인 '토도드라이브'로, 팔심이 약한 아이들도 밀어주는 사람 없이 휠체어를 스스로 조종할 수 있게 한다.
이에 토도웍스는 아이의 몸 상태와 성장 속도에 맞춰 너비를 조절하는 휠체어인 '토도아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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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예쁘다!”
이동보조기기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토도웍스를 방문한 날, 미팅 막바지에 실제로 휠체어 제품을 본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작고 알록달록한 휠체어를 처음 봤다. 그곳에 늘어서 있던 제품들은 ‘적정기술’의 표본이라 할 만큼 적당한 기술과 비용으로 꼭 필요한 성능을 구현한 멋진 성과였다.
우아한 존재감의 휠체어
첫 개발품은 수동휠체어에 다는 보조동력장치인 ‘토도드라이브’로, 팔심이 약한 아이들도 밀어주는 사람 없이 휠체어를 스스로 조종할 수 있게 한다. 전동휠체어라는 편리하지만 크고 무겁고 비싼 해결책에 비하면, 가볍고 값싼 모터를 달아주는 것만으로 ‘아동 이동권’ 문제를 풀어낸 셈이다.
그런데 토도드라이브를 매개로 점점 더 많은 아이를 만나다보니, 상당수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기성 휠체어를 타고 있음을 알았다. 이에 토도웍스는 아이의 몸 상태와 성장 속도에 맞춰 너비를 조절하는 휠체어인 ‘토도아이’를 내놓았다. 이러한 토도웍스의 기술적 여정을 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만, 휠체어라는 사물은 말보다 더 힘이 있었다. 다채로운 프레임 색상과 귀여운 와펜(장식) 때문이었을까? 그 휠체어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까이서 본 적이 거의 없는 나에게 휠체어는 무채색의 기술이었다. 내가 생각한 보조기기 휠체어는 장애를 지닌 몸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 기술이었다. 한편으로 걷기를 가능하게 하는 치료나 기술과 대척점에 있는, 걷기 외의 이동 방식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장애를 눈에 띄게 하는, 그래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수반되는 의료적 선택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본 휠체어들은 단지 어떤 결함이나 문제를 메우는 기능적 도구나 장애를 그저 수용하게 하는 추상적인 의료기기를 넘어서는 무언가였다. 미국 뉴욕의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의 표현을 빌리면, 우아한 존재감을 품은 노래하는 물건이었다.
자기 몸에 꼭 맞는, 가볍고 깜찍한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학교를, 놀이터를 누비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이다웠다. 아이에게 맞춘 크기와 무게부터 다양한 색상과 장식까지, 아이다움을 구성하는 하나의 사물로 만들어진 휠체어는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장애는 어떤 결함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일 뿐이라고.
2663명의 휠체어 탄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
지나치게 낙관하긴 싫지만, 누군가의 몸의 가능성을 꼭 필요한 만큼 증폭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세상을 더 평평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마찰과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사회 곳곳은 두 발로 걷는 몸을 기준으로 설계됐고, 작은 휠체어만으로 넘을 수 없는 두꺼운 불평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한 이동 방식에 대한 상상이나 보조기기에 대한 선입견이 생각보다 쉽게 깨질 듯도 하다.
토도웍스는 지금까지 어린이 2663명의 몸에 맞는 휠체어를 만들어냈다. 토도웍스가 만든 ‘맞춤’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여가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것이다.
장하원 과학기술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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