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와 反유대주의 갈등하던 애크먼, 쿠팡 소환한 이유는?
미국 하버드대와 이 대학 출신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회장의 반(反)유대주의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애크먼 회장이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 관련 일화를 꺼냈다.
13일(현지 시각) 애크먼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하버드에 대한 원망 때문에 총장 사퇴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지난 2017년부터 한 회사의 주식 기부와 관련, 하버드대와 갈등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적었다. 자신이 하버드의 운영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반유대주의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한 것이다. 하버드대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애크먼은 순자산이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달하는 헤지펀드 거물이자 대학가의 ‘큰손’이다. 특히 모교인 하버드대에는 수년간 수천만달러를 기부했다.
유대계 혈통의 애크먼은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학생들의 반유대주의적 성향 발언을 묵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지난 10일 하버드 이사회에 게이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12일 하버드대 이사회는 “하마스 테러에 대해 하버드대는 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면서도 게이 총장의 재신임 방침을 밝혔다. 이날 애크먼은 X에 “나한테 굴복했다는 말이 나올까 봐 학교가 게이 총장 해임을 거부했다고 들었다”고 썼다. 억만장자가 기부를 무기로 대학의 생명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나왔다.
모교 이사회가 게이 총장 재신임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애크먼은 장문의 글을 X에 올렸다. 자신과 모교의 갈등은 과거 하버드대가 자신이 기부한 주식을 멋대로 처분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적었다. 지난 2017년 애크먼은 하버드의 거물급 인재 영입을 위한 자금 명목으로 보유했던 쿠팡의 비상장 주식을 하버드에 기부했다. 해당 주식의 가치가 1500만달러를 초과하면 차액을 하버드대가 교내 사업에 사용하기로 약정을 맺기도 했다. 당시 애크먼이 하버드대에 기부했던 쿠팡 주식의 가치는 약 1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크먼은 쿠팡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으며, 미 언론들은 쿠팡을 ‘애크먼이 씨를 뿌린 한국의 아마존’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2021년 쿠팡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 애크먼이 기부했던 주식의 가치는 8500만 달러로 뛰었다. 애크먼은 해당 주식의 차익으로 하버드대에 여러 학내 사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으나, 하버드대가 이미 1년 전에 애크먼이 기부한 쿠팡 비상장 주식을 처분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애크먼은 자신이 모교에 기부한 쿠팡 주식이 팔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하버드대의 잘못된 투자로 7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잃은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애크먼은 “하버드 이사회가 게이 총장 사태와 교내 반유대주의 분출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작금 하버드 지도력과 운영력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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