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뒷목…12·12 뒤에 심박수 더 뛰게 할 일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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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준 엄마, 이제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됐어요. 더 이상 숨어다니지 않아도 돼요. 당당하게." 1980년 4월 김근태와 인재근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서울의 봄> 은 1979년 12월12일 권력 찬탈을 노린 하나회 일당이 전두광(전두환)의 계획하에 계엄사령관을 일단 체포한 뒤, 하극상을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대통령(최규하)에게 재가를 받으러 가는 9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서울의>
실제 인물들이 한 일은 12·12 뒤에 더 심박수를 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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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병준 엄마, 이제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됐어요. 더 이상 숨어다니지 않아도 돼요. 당당하게….” 1980년 4월 김근태와 인재근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여러 의미의 봄이었습니다. 수배자와 수배자로 만난 둘은, 만남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였지만 결혼으로 서로의 꿈을 지지하게 됐습니다. 아이를 낳아 살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유언대로, 그렇게 찾아온 봄을 함빡 누리고 싶었을 겁니다. (박건용 만화, <짐승의 시간>)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저격당한 뒤, 18년5개월간의 긴 독재가 끝났습니다. 1980년 5월15일 서울역에는 10만 명이 모여 민주화를 요구합니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으로 엠제트(MZ) 세대가 ‘심박수 챌린지’(분노 정도를 심박수로 표시)를 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저도 챌린지를 하러 떠났습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권력 찬탈을 노린 하나회 일당이 전두광(전두환)의 계획하에 계엄사령관을 일단 체포한 뒤, 하극상을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대통령(최규하)에게 재가를 받으러 가는 9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진호(김오랑) 소령이 죽는 장면에서 가장 많은 눈물이 솟고, 마지막 역사적 실제 인물이 이후 어떤 직책에까지 올라갔는지 자막으로 열거하는 장면에서 가장 심박수가 많이 뛴 것 같습니다. 그중에 대통령이 두 명 있고, 국회의원이 여러 명입니다(허화평, 허삼수, 유학성). 장관(차규헌, 최세창), 육군참모총장 등도 즐비합니다.
“바뀐 거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은 그대로야.” 전두광은 영화 초반 시해범 김동규(김재규)를 심문하며 비웃듯이 이야기합니다. 실제 인물들이 한 일은 12·12 뒤에 더 심박수를 뛰게 합니다.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잔인하게 진압합니다. 5월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8월27일 전두환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황영시는 5·18 민주화운동에 전차를 동원해 무력진압을 지시했고, 장세동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부장으로 간첩 조작, 부천경찰서 성고문, 평화의댐 등의 사건에서 공작정치의 주역이었고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합니다.
전두환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삼청교육대, 언론통폐합,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인권유린과 민주주의 역행의 거악이었으며, 자신과 닮은 배우가 텔레비전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쪼잔한 악이기도 했습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전두광의 캐릭터 포스터에 박힌 대사는 서울지검 공안1부장 검사가 한 말을 연상시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전두환은 1996년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해지고, 실제로는 2년 수감 생활을 합니다. 1997년 법원이 2천억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했을 때는 일부를 내고 “예금이 29만원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심박수 챌린지’의 옛날 버전은 이거인 같습니다. ‘아~ 내 뒷목~’)
여전히 그 시절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진 않습니다. 2022년 국민의힘 대선주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도 말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 대통령이 <서울의 봄>을 봤을지 궁금합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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