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평화는 언제…용산 간 주민들 “대북 적대 행동 멈춰달라”
강원도 철원에 거주하는 농민 김용빈씨(59)가 경작하는 농지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너머에 있다. 군인이 지키는 초소 앞을 일상적으로 넘나들어야 하는 그에게 ‘평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김씨는 13일 “9·19 군사합의 무력화 이후 북에 전단 살포를 수시로 하느라 바쁜 영농철에 농지에 들어가지 못해 일손 놓고 발을 동동 구르던 악몽이 떠오른다”며 “접경지역 주민들이 전쟁 불안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들과 10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 충돌을 부르는 적대 행동을 멈춰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된 이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평화의 안전핀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영애 우리누리평화행동 대표(67)가 사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는 북한 황해도 연백군과 불과 2.8km 거리에 있다. 2015년 교동도 주민들은 섬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국방부에 탄원을 냈다.
김씨는 “당시 우리 측에서 확성기로 방송을 하면 북측에선 ‘당장 끄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는 위협이 돌아왔다”며 “탄원으로 확성기를 틀지 않기로 했지만 이동식 확성기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고 했다.
섬이 고요를 찾은 것은 국방부가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다. 그는 “9·19 합의 무력화 이후 군이 어떤 조치를 할지 불안하다”며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과 같은 무시무시한 일이 재발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빈번했던 경기 파주시의 주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희 겨레하나 파주지부 집행위원장은 “최근 마정리·운천리 농민들은 군인들이 매일 전쟁이 난 것처럼 훈련하고 있고, 수십대의 탱크가 다리를 지나다닌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헤이리사무국 안재영 이사(61)는 “무력충돌이 조금이라도 나면 우리 같은 지역은 외부인의 발길이 뚝 끊기곤 한다”고 우려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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