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4쿼터 다 뛰었니?” 조문주-고현지 모녀의 티격태격

청주/최창환 2023. 12. 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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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청주/최창환 기자]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고현지가 데뷔 후 2번째 경기를 치른 날에도 경기장에서는 조문주 전 코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주 KB스타즈는 1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원큐와의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72-55 완승을 거뒀다. KB스타즈는 파죽의 8연승을 질주, 다시 아산 우리은행과 공동 1위가 됐다.

관중석에서는 낯익은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조문주 전 삼천포여고 코치였다. 최근 농구를 접한 팬들에겐 ‘고현지의 엄마’로 알려지고 있지만, 조문주 전 코치는 한국농구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다. 실업 시절 국민은행에서 뛰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1988 서울 올림픽 7위에 이어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FIBA(국제농구연맹)는 U16 대표팀에 선발될 당시 고현지에 대해 “어린 나이에 처음 농구공을 잡았을 때부터 자신이 가고 싶은 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어머니가 큰 역할을 했다. 16세인 이 소녀는 한국농구 전설 조문주의 딸이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23~2024 신입선수선발회에서 1순위로 KB스타즈에 지명된 고현지는 지난달 30일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데뷔 경기를 치렀다. 10분 43초 동안 3점슛 1개 포함 6점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슛을 각각 1개씩 곁들였다.

조문주 전 코치는 고현지가 출전명단에 포함된 이후 홈경기뿐만 아니라 인천, 부산 등 모든 원정경기까지 관중석에서 지켜봐왔다. “데뷔 경기 치를 때는 내가 뛰는 것처럼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대담하게 잘하더라. 경기 끝난 후 우승한 것처럼 전화, 문자를 많이 받았다. 주위에서도 ‘(고)현지 언제 뛰어?’라고 궁금해 하던 차였다.” 조문주 전 코치의 말이다.

고현지는 데뷔 경기를 치른 후 독감에 걸려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하나원큐와의 경기는 데뷔 후 2번째로 출전한 경기였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걸까. 고현지는 11분 44초를 소화하는 동안 5개의 야투를 시도했지만, 모두 림을 외면했다.

조문주 전 코치는 “2번째 경기여서 첫 경기 볼 때처럼 떨리진 않았는데 확실히 언니들이 체격도 좋고 몸싸움도 잘한다. 현지가 살을 더 찌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현지가 떨었던 것 같다. 긴장했는지 혼자 4쿼터 다 뛴 것처럼 힘들어 하더라”라고 말했다.

조문주 전 코치는 마침 옆으로 지나가던 고현지를 향해 “너 혼자 4쿼터 다 뛰었니?”라며 농을 던졌다. 그러자 고현지는 목을 가리켰다. ‘척하면 척’이었다. 조문주 전 코치는 고현지의 제스처를 본 후 “아, 아직 독감에 걸렸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현지는 조문주 전 코치를 향해 “왜 엄마가 인터뷰해?”라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살을 더 찌워야겠다”라는 조문주 전 코치의 견해는 사실 김완수 감독의 바람이기도 했다. 조문주 전 코치는 “김완수 감독님이 현지에게 살을 찌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래서인지 집에 오면 꼼짝도 안 한다. 나한테 ‘매니저’라고 부른 적도 있다”라며 웃었다.

조문주 전 코치의 자택은 용인이다. 마침 용인에 프로팀(삼성생명)이 있는 만큼, 조문주 전 코치는 드래프트 전까지만 해도 고현지가 삼성생명에 지명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동안 떨어져 지낸 세월이 워낙 길었기 때문이다.

“내가 삼천포여고 코치를 맡게 됐을 때 현지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농구를 시작한 이후에는 현지가 광주에서 생활해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다. 이왕이면 프로 생활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문주 전 코치의 말이다.

조문주 전 코치의 바람은 이내 바뀌었다. 조문주 전 코치 역시 국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만큼, 고현지도 KB스타즈에서 뛰게 된다면 여자농구 역사상 흔치 않은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인으로부터 이를 접한 후 조문주 전 코치 역시 고현지가 KB스타즈입단을 바라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조문주 전 코치는 “현지가 트라이아웃 때는 굉장히 고전했다. 호흡 곤란을 보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후 진단해보니 빈혈 증세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을 믿고 1순위로 선발해준 KB스타즈에 감사드린다. 딸이기에 앞서 농구인으로 봤을 때 현지는 신장 대비 많은 장점을 지녔다. 체격을 더 키우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구인 이전에 부모로서 덕담을 남겨달라고 하자 “부담 갖지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으면 한다. 그저 열심히 뛴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갖고 있는 재능을 모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_최창환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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