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부성 보호제’ 위반 9%만 검찰 송치…이런데 아이 낳으라고요?
기타종결·취하 등 50% 넘어
“국가가 나서서 구제해야”
육아휴직에서 막 복귀한 출판사 직원 A씨를 맞이한 건 사무실의 텅 빈 책상이었다. 업무 논의는 별도의 메신저 대화방에서 진행됐고, 동료들은 A씨와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다. A씨는 상사들로부터 “육아휴직을 다녀왔으니 업무에 적응하지 못할 것” “빈 책상에 앉아 있어라, 월급은 주겠다” 등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A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 신고 사건 10건 중 1건만 검찰에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조치와 과태료 부과를 더해도 노동청이 조치하는 사건은 17.3%에 그쳤다. 정부가 저출생을 걱정한다면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에 대해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5년 모·부성 보호제도 위반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성보호 관련 사건 1857건 가운데 노동청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168건(9.0%)에 그쳤다. 시정조치는 146건(7.9%), 과태료 부과는 8건(0.4%)뿐이었다.
기타종결이 532건(28.7%)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종결에는 각하(사건 요건을 갖추지 못함), 기소중지, 이송종결(타 기관으로 이송해 종결), 행정종결(신고인 의사에 따라 취하서 없이 유선상으로 종결 등) 등이 포함된다.
취하 등으로 종결한 사건은 486건(26.2%), 법 위반 없음 등으로 끝난 사건은 481건(25.9%)으로 나타났다. 취하에는 사업주가 취하를 종용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법을 위반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사업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36건은 처리 중이다.
신고 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육아휴직 관련 위반 신고가 965건(52.0%)으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 허가 관련 위반이 579건, 육아휴직으로 인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가 264건, 육아휴직 후 동일 업무 및 임금 지급 관련 위반이 119건, 기타 위반이 3건이었다.
임신부·여성에 대한 야간·휴일·시간외노동·유해위험작업 금지 관련 위반이 359건(19.3%)으로 뒤를 이었다. 임신 노동자 야간·휴일노동 제한 위반이 169건, 임신 노동자 시간외노동 제한 위반이 101건, 18세 이상 여성 노동자 동의 없는 야간·휴일노동이 63건이었다.
출산휴가 관련 위반은 183건(9.9%)이었다. 출산전후휴가 지급 관련 위반이 1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 해고 금지 위반 신고는 627건에 달했지만 산재요양기간 해고 금지 위반 신고와 함께 집계돼 분석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육아휴직 등 모·부성 보호제도 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제도 사용을 금지하는 회사가 많다.
정부가 육아휴직 불이익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 의원은 “아이를 낳고 돌보기 위해서는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에서 저출생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불이익을 겪고 있는 워킹맘, 워킹대디들의 권리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구제하며 모·부성 보호제도의 사용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위원회가 차별시정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미정 서울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팀장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에 복귀하니 ‘부서가 없어졌다’, 3시간 이상 거리에 있는 지사로 발령을 낸 경우가 있다”며 “지방노동위원회가 사건을 처리하는 3개월 동안 이 여성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속구제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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