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넘어 원전·방산까지…韓기업 유럽시장 넓어진다 [한-네덜란드 경제동맹 강화]

네덜란드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
美·日 등 우방국 수준으로 강화
원전 건설 타당성조사 계약 등
양국 6건 MOU로 '세일즈' 물꼬

반도체 넘어 원전·방산까지…韓기업 유럽시장 넓어진다

【파이낸셜뉴스 헤이그(네덜란드)=김학재 기자】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안정화 외에도 원전과 방산, 국방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반도체 동맹'을 맺기로 하는 등 협력이 구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가운데 양국은 13일(현지시간) 6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향후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 국빈방문 일정의 핵심으로 꼽히던 반도체 동맹 구축으로 공급망 협력 수준이 미국·일본·영국 등 핵심 우방국에 맞먹는 수준으로 강화됐고, 협력 분야도 세분화돼 실행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와 협력, 미·일·영 수준 격상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실에서 단독회담 뒤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함께 양국 정부 간 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 외교부는 '경제안보협력 MOU'를 체결, 양국 간 매년 경제안보대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네덜란드 유관 부처들과 다양한 MOU를 맺었다. 우선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해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등 공급망 위기대응에 대한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부수적으로 국장급 반도체 대화도 신설해 미국, 일본, 영국 등과의 협력 채널 수준으로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공급망 산업대화를 신설해 국장급 반도체 분과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과는 지난 7월에 반도체 민간협력대화를 신설했다. 영국과도 지난 11월 국빈방문으로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네덜란드와도 다양한 직급에서 대화체를 만들어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 대통령실은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대화 신설로 설계, 소재·부품·장비, 제조 등 전주기를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공급망 협력은 대체수입처 발굴, 비축품목 스와프 등으로 연결돼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등의 공급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원전·방산 협력 범위 다양화

산업부가 체결한 '원자력 분야 정부 간 협력 MOU' '무탄소 에너지 협력 MOU'도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원자력 분야 협력 MOU로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과 원전기술, 인력, 핵 연료 등 원전 전주기에 걸친 분야에서 네덜란드와 협력을 모색하게 된다. 지리적으로 평평하고 좁은 영토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한계가 있는 네덜란드에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수급까지 어려움을 겪어 신규 원전 개발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네덜란드 정부와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 타당성 조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번 MOU를 계기로 네덜란드를 향한 원전 세일즈 외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탄소 에너지 분야 협력 MOU는 해상풍력과 수소 분야에서도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간 협력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다.

양국 국방부가 체결하는 '국방 협력 MOU'는 우리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에 기여할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MOU로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방산군수 공동위원회도 열어 양국 간 방산군수 네트워크 구축과 기업 간 협력을 촉진시키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CT 협력 MOU'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인공지능, 양자과학 기술, 사이버 보안 등에서 인력 교류와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