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위스키 널렸다" 입소문…2030세대 몰려든 곳이
'마트 대비 70% 가격' 온라인 주류 픽업 앱 입소문
"MZ 회원이 63%…2년 간 거래량 두 배 이상 상승"
"위스키도 '마트가 항상 더 싸다'는 인식에서 벗어났다. 더 저렴하게 산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이 맛도 더 좋더라."
온라인 주류(酒類) 픽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위스키를 구매했다는 A씨는 13일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원래 인근 대형 마트에 한 번씩 방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위스키를 3~4병씩 한 번에 구매했는데, 이제 필요할 때마다 앱을 이용한다"며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시중가의 70~80% 수준"이라고 전했다.
A씨처럼 온라인 주류 픽업 앱을 통해 '하이볼'용 가성비 위스키를 구입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마트보다 앱에서 위스키를 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전통주를 제외하면 온라인 주류 유통은 불법이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유예제도)'에 포함된 주류 픽업 앱을 통해서는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배송은 안 된다. 주점, 식당 등 미리 설정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주류를 가져와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할인 정보를 알아보다 주류 픽업 앱을 접했다는 B씨는 "하이볼에 쓰는 위스키는 적당한 풍미에 가격만 저렴하면 딱이다"라면서 "과거엔 대형 마트 할인 정보를 서로 공유했다면 요즘은 앱에서 하는 특가 이벤트를 항상 살펴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앱 '데일리샷'에 접속해 인기 있는 하이볼용 위스키 가격을 확인해보니 대부분 대형 마트보다 저렴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11일 기준 5만1300원에 판매 중인 잭다니엘(700mL)의 경우 해당 주류 앱에선 3만9900원에 살 수 있다.
이외에도 마트 가격 3만3400원인 짐빔(700mL)은 2만6000원, 3만원인 에반 윌리엄스(750mL)은 2만8000원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토리 가쿠빈(700mL) 정도만 해당 마트가 100원 더 저렴했다.
주류 픽업 앱은 대형 마트와 달리 재고 관리 비용이 없는 덕분에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가능하다. 재고가 있는 매장이 주류를 구입한 사용자에게 해당 제품을 내어주는 식이라 별도 창고가 필요 없다. 앱과 미리 계약한 전국 매장 전체가 사실상 창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가성비 위스키 등 인기 품목 외 모든 제품이 다 마트보다 저렴하지는 않다"면서도 "대형 마트는 재고 관리 등 추가 비용 때문에 마진을 20~30%로 잡는다. 기본적으로 '유통 플랫폼'인 앱은 10% 마진율을 유지하며 판매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가성비 좋은 위스키 구매처를 찾는 젊은 세대 수요층이 주류 앱으로 몰리는 추세다. 스타트업 분석 사이트 '혁신의 숲'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데일리샷의 전체 회원 중 20~30대 비율은 63.2%에 달한다. 거래량도 2021년 12월 월평균 1만건에서 지난 10월 2만30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예연 데일리샷 콘텐츠팀장은 "지난 7월 (데일리샷)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후 이번 달 130만 다운로드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 통계를 보면 상위 5개 제품 내 가성비 위스키 비중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류 앱인 '달리'도 이달 거래액이 전년 대비 90% 뛰었다.
조영환 달리 총괄이사는 "과거 소수만 즐기던 하이볼 문화가 젊은 층에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가성비 위스키 수요가 대폭 늘었다"며 "최근 늘어난 앱 가입자 대부분이 3만~10만원대 위스키 구매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현상은 하이볼 문화의 특수성과 젊은 세대의 경제적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즐기면서 가성비를 찾는 소비 행태가 MZ(밀레니얼과 Z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하이볼은 개인의 선호와 취향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술"이라면서 "MZ세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취향에 걸맞은 소비를 가성비 있게 지속하려 한다. 이를 위해 노력과 에너지를 들이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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