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의 꿈과 연금술의 몰락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3. 12. 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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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혁명]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질병에서 건강으로, 늙음에서 젊음으로, 지상의 존재에서 초자연적인 것으로 변환을 꾀하는 연금술은 인류의 오랜 염원 불로장생에 대한 도전을 압축하고 있다. 연금술의 배경은 모든 물질이 원소로 이루어져 있어 물질을 녹여 얼마든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변환 원리였다. 이 과정에서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개조도 연금술 대상에 포함하게 된다.

천년 이상 인류를 지배하여 왔던 연금술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다. 연금술 논리로 수은을 반복 증류하면 색과 상이 변화하여 다른 물질로 바뀐다고 믿어왔는데, 18세기 네덜란드 화학자 헤르만 부르하버는 수은에 대한 간단한 실험으로 그 믿음을 붕괴시켰다. 그는 일정량 수은을 무려 15년 동안 용기 안에서 가열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자그마치 500차례 이상 증류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물질 변환의 허구성이 입증됐다.

이후 금속을 연소시키면 플로지스톤이라는 특수 존재가 날아간다는 연금술사들의 주장도 거짓임이 밝혀졌다. 원소들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할 때만 다른 물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물질 자체 변환이라는 연금술 논리는 이제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연금술 시대의 독단과 도제 시스템으로 이어져온 비밀주의와 신비주의는 천년이 넘도록 인류 이성을 어지럽혔고 발전을 저해했다. 불로장생의 오랜 염원에 따라 여전히 다양한 ‘연금술’이 이뤄지고 있다. 아무리 간절한 염원이라도 객관적이고 반복 재현되는 과학이 있어야 가능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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