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의 힘’ 사우디 축구 사고 치나
전체 선수단 몸값 1600억원 넘어
벤제마 4개 대회 연속 득점 앞세워
오세아니아 챔피언 대파 PO 첫승
맨시티와 격돌 피해 결승행 기대
세계 최강의 클럽을 가리는 클럽 월드컵은 언제나 유럽과 남미의 각축장이었다. 지난 19번의 대회 우승컵의 향방(유럽 15회·남미 4회)이 그 증거로, 아프리카와 북중미, 아시아 등 다른 대륙의 챔피언들은 축제의 들러리였다.
그런데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7개팀으로 여는 마지막 클럽 월드컵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사우디의 알이티하드가 주목받고 있다.
알이티하드에 쏟아지는 관심은 역시 지난여름 유럽을 놀라게 했던 ‘오일 머니’의 힘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와 함께 세계 최고 연봉(2억유로·약 2846억원)을 자랑하는 카림 벤제마를 비롯해 파비뉴, 은골로 캉테, 조타 등 유럽에서도 통하는 빅네임들이 즐비하다. 안 그래도 사우디 최강 전력을 구축했던 알이티하드가 이번엔 클럽 월드컵에서 제대로 사고를 칠 것이라 기대를 받는다.
아시아 수준을 뛰어넘은 알이티하드의 전력은 숫자로도 쉽게 확인된다. 유럽축구 이적전문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알이티하드 선수단의 몸값(이적료) 총액은 1억1443만유로(약 1628억원). 유럽 챔피언인 맨체스터 시티(영국·12억6000만유로)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남미 챔피언 플루미넨시(브라질·1억760만유로)는 뛰어넘었다.
알이티하드의 투자 효과는 첫 판부터 확인됐다. 13일 플레이오프에서 오세아니아 챔피언인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를 3-0으로 대파했다. 호마리뉴가 전반 29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5분 만에 캉테가 추가골로 승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벤제마가 전반 40분 왼발로 쐐기골을 넣어 이른 시간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벤제마의 이날 득점은 클럽 월드컵 최초의 4개 대회 연속 득점이었다. 그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세 차례 이 대회(2014년, 2016년, 2022년)에 참가해 골 맛을 봤다.
알이티하드의 다음 상대는 아프리카 챔피언인 알아흘리(이집트). 알이티하드가 15일 알아흘리에 승리한다면 2005년 이 대회 최고 성적인 4강과 타이 기록이다. 결승 티켓이 걸린 18일 준결승전에선 유럽 챔피언 맨시티를 피한 터라 첫 결승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대진 반대편에 위치한 아시아 챔피언 우라와 레즈(일본)의 성적에 따라 동·서아시아의 전력차를 짐작할 수도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출범시키면서 과거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결승에서 만나던 기존 구도를 8강부터 맞붙는 것으로 바꾸었다. 사우디의 파격적인 투자가 빚어낸 흐름인데, 알이티하드가 클럽 월드컵에서 성적을 낸다면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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