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사진가 구본창 회고전…항해는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깊고 넓은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작품 500여 점과 자료 600여 점 등 1100여 점을 소개한다. 50여 개의 작품 시리즈 중 43개 시리즈를 선별했다.
전시는 호기심의 방,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 등 5가지 주제로 나눴다.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소년이 한국 현대 사진의 새 지평을 연 작가가 되기까지 인생 궤적을 보여준다. '호기심의 방'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자화상'(1972)이다. 작가가 남해 상주 해안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 사진이다. 넓은 세상을 항해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꿈이 담겼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작가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대우실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틀에 박힌 직장생활은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작가는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았지만 이방인으로 느끼는 소외감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 시달렸다. '모험의 여정'에 전시된 '일 분간의 독백'은 이 같은 감정을 담은 네 컷 사진으로 작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작점이 됐다.
작가는 6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1985년 귀국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작가는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사진, 새시좌'를 기획해 한국 현대 사진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사진, 새시좌'에 출품됐던 '탈의기'는 필름을 긁거나 콜라주를 하는 등 실험적인 제작 방식으로 '연출사진'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작가는 13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어릴 적부터 회화를 좋아해서 사진만 찍기보다는 자유롭게 표현했다"며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사진 전문화랑이 1, 2곳에 불과해 전시도 직접 기획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은 시리즈가 많다. '로스트 파라다이스' '굿바이 파라다이스' 시리즈는 1992년 신문에서 나비학자 석주명의 기사를 접한 후 작업 대상을 인간에서 곤충, 동물 등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로 확장해 제작했다.
'숨' 시리즈는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록했고 '시간의 그림' 시리즈는 부모가 부재한 현실을 맞닥뜨린 후 침체한 시간을 견디고 보편적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내 작업의 화두는 흔적이다. 과거에 내가 경험한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는 관객처럼 전시장에 온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찍고 싶다. 영화처럼 스토리를 엮으면 긴 호흡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시리즈를 주로 만든다"고 말했다.
작가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백자' 시리즈는 타국에 있는 조선백자를 안타까워하다가 2004년부터 촬영하기 시작한 작업이다. 특히 '문 라이징Ⅲ'는 각기 다른 박물관에 있는 백자 달 항아리 12개를 다양한 흑백조로 촬영해 마치 달이 뜨고 지는 듯한 풍경으로 재해석했다.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는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아픈 역사로 점철된 광화문 부재 6개를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구본창의 항해'는 '익명자' 시리즈를 전시한 '열린 방'으로 끝맺는다. '익명자' 시리즈는 작가가 1980년대 제작한 도시 스냅 사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이번 전시가 새로운 항해의 시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이 객관적 기록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뛰어 넘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속성을 반영해 주관적 표현이 가능한 연출사진으로 제작해 한국 현대 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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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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