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콘서트 암표 사기꾼 이민호를 아십니까

기자 2023. 12.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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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표 사기 피해자에게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팬데믹이 끝나고 처음 열린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존재)의 콘서트 티케팅에 실패하고, 절박한 맘에 암표를 찾았으나 사기당했다는 내용이다. 사기꾼 이름은 이민호. 현장 본인확인 절차를 눈속임해 티켓을 건네줄 위치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말에 속아 80만원을 입금했다 한다. 그러나 콘서트장에 도착했을 때, 이민호는 연락을 안 받았다. 이후 그가 찾아낸 피해자 단톡방엔 100명 가까이 있었다. 피해 규모가 크기에 조직적 사기를 의심한다 했다. 온라인 암표 팔이에 대해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고, K팝 가수 관련 상품에 갈수록 과도한 거품이 끼며 사기꾼이 몰려드는 것이다.

불법 거래를 하다 당했으니 그래도 싼 걸까. 근본 원인 중 하나는 K팝 성장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태부족한 공연시설 규모다. 공급을 폭발적으로 상향한 수요는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부정 예매와 암표의 양성화로 이어졌다. 실구매자 확인 절차를 무력화하는 대리 티케팅과 ‘아옮’(아이디 옮기기) 등 변종 암표가 성행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떳떳이 전시하며 개발자를 고용해 예매 대리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현실적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이를 핑계로 판매중개업자와 기획사가 소비자에게 피해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암표 문제는 경제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수준까지 왔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공연법 개정안으로 매크로 부정 예매의 처벌 근거가 수립되긴 했지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는 한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리셀 티켓을 전면 허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소비자에겐 암표를 합법화하자는 말로 들린다. 일례로 미국은 연방법인 ‘더 나은 온라인 티켓 판매법’을 비롯해 주 차원에서 다양한 규제 법안을 시행하지만, 티켓 판매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 ‘티켓마스터’가 이중 수수료를 떼고 재판매 기능을 제공하며 인기 가수의 경우 정가에 표를 사는 게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공연은 가수가 하는데 돈은 애먼 사람이 번다. 독과점 구조가 양산한 리셀 티켓이 시장을 교란하며 비판 여론이 커지자, 미국 상원은 지난해 티켓마스터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암표가 공공연해지고 매크로가 판치게 된 상황에서 국내 대표 판매중개업자와 기획사는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예스24티켓·인터파크티켓·멜론티켓 모두 올해 공연 수수료를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두 배 올렸다. 암표 방지를 위해 기획사가 도입한 삼엄한 현장 본인확인은 삼엄함만 남아 소비자에게 과도하고 굴욕적인 개인정보 제출을 강제해 지속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하이브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티켓 파워에 기반해 가격을 책정하는 판매 전략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몇몇 소속 가수의 콘서트 티켓 가격을 업계 최고 수준인 20만원 선으로 인상했다. 그나마 오프라인 콘서트는 경쟁 구조 속에 적정 가격 논의라도 가능하다. 온라인 콘서트는 하이브·SM·YG 소속 가수의 콘서트를 독점 중계하는 ‘위버스 라이브’ 독주 체제에서 ‘엿장수 마음대로’ 가격과 판매 방식이 고착됐다. 가장 최근 서비스된 K팝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싱글뷰 기준 판매가는 5만5000원이었다. 멤버 수가 많고 실시간 중계의 질이 떨어져 멀티뷰를 이용하는 게 필수이나, 이를 위해선 연간 3만3000원인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고 독과점 구조로 폭리를 취하는 이런 시스템은 K팝 확장성의 한계로 작동하고 있다.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예매와 암표를 근절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타당한 가격과 상식적인 절차로 콘서트를 관람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민호 피해자’를 만든 건 이민호만이 아니다. K팝 공연산업 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제도만이 아닌 시장으로도 향해야 한다.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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