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기싸움 벌이던 의정,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 합의(종합)
의협 "총파업 투표 이분법으로 보지 않았으면"
(서울=뉴스1) 천선휴 김기성 기자 = 일주일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 인력 시스템 혁신 방안에 합의했다.
의협이 총파업 여부를 두고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 발령이라는 맞불을 두면서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인력 시스템 관리 부분에서 합의점에 이르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 21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전공의 근무시간 감소 등 근무여건 개선 △전문의 배치 기준 개선 등 전문의 중심 병원인력 운영 △전공의 수련과정 체계 내실화 △수련 비용 지원 확대 △전공의 권익강화 등 인력시스템 혁신 방안에 합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협의체 후 기자들과 만나 "양측은 전공의가 충분한 임상 역량을 갖춘 전문의로 성장하도록 다섯 가지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 합의했다"며 "합의란 말을 쓰는 것은 양측이 의사 인력을 소진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주장하는 총 근무시간 단축 등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전공의 중심의 병원 인력 운영보다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꿔서 수련을 받은 이후에도 병원에 남아 좋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또 양측은 필수의료가 위기를 겪으면서 교수들이 전공의 수련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수련과정을 지도전문의 체계로 정립해 제대로 수련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련비용 확대 부분에 대해서는 "소아과 수련비용 국회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안을 반영해서 확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수련비용 지원 확대는 정부가 전공의에게 지속적으로 국고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체는 시작 전부터 최근 마감한 전공의 지원 상황이 화두에 올랐다.
의협 협상 단장을 맡은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6일 마감한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대부분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과목의 정원 충원에 실패했다"며 "소청과 지원자는 25%에 불과하고 심지어 세브란스 병원은 소청과 전공의가 단 하나도 없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녕 이런 상황에 증원만 하면 낙수의사들이 필수의료 전공의가 된다고 보느냐"며 "의대 증원 추진 목표가 필수·지역의료 살리기가 맞느냐 여론 등에 업은 포퓰리즘이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인 의대 정원 관련한 논의에서는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이어가 이렇다 할 진도를 빼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계기반으로 여러 수치를 제시했는데 의대 정원이 부족한 상황이냐 아니냐를 두고 자료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며 "통계 자료를 두고 복지부는 부족하다, 의협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도 "단편적으로 쓰면 안 되고 우리에게 적정 필요가 얼마인지 열어놓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총파업 여부 찬반 투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하며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가 끝나는 17일엔 총궐기 대회도 연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10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를 '관심'으로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꾸렸다.
의협 관계자는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투표 결과 비공개 결정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의협 관계자는 "전제조건은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이고 의사수 부족, 적정 배치 등은 같이 이뤄져야 하니 '우리 말 안들어준다고 파업하겠다' 이런 이분법 논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정부랑 대화를 아주 잘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또 17일에 열릴 주말 총궐기에 대해서도 "내부 이견이 좀 있지만 의견이 잘 모이고 있다"며 "파업하자는 건 아니고 의료계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20년 파업을 주도한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투쟁위원장으로 내세운 데 대해 "투쟁위를 즉시 해체해야 한다"는 의협 내부 목소리에 대해선 "결정이 있을 예정인데 이야기 중"이라면서도 "최 회장이 너무 열심히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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