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경쟁·협력하는 ‘메가 리전’”… 경기북도 신설 한 목소리

오상도 2023. 12.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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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원 45명 토론회
361만명 불구 1인 지역총생산 하위권
안보 등 지리적 여건 탓 낙후 상황 답보
법 발의·주민투표 요청 등 분도 본격화
2023년 7월 설문조사서 도민 55% 찬성
1992년 수교 후 韓 산업 中 중심 재편돼
미개발 토지 접근성 좋아 발전 잠재력↑

“경기북부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접경이기에 발전의 기회를 갖기 어려웠고(군사시설 보호구역), 수도권이기에 발전하지 말라는 모순된 상황(수도권정비계획법)에 놓였습니다. 이곳 도민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2442만원(2020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3727만원은 물론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최하위 수준입니다.”(허훈 대진대 교수)

경기북부는 ‘분단’이라는 시대 상황 탓에 변방으로 인식되지만 역사·지정학적으로는 한반도의 중심 역할을 도맡았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이곳을 두고 경합했고, 삼국통일 이후 이곳과 연관된 왕기(王畿)·기내(畿內)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고려시대에는 왕도인 개경 주변에 경현·기현을 설치해 경기도의 시작을 알렸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런 경기북부를 둘러싼 ‘자치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운동이 거세지면서 북부의 낙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분도론이 처음 튀어나왔고 이후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골 공약이 됐다.

하지만 접경이라는 지리적 여건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오히려 재정 자립도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특별자치도 설치 논의가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 8기에 접어들면서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발의된 특별법안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 2년간 의견수렴·공론화 과정…두 번째 토론회

12일 경기도와 학계,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논의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북부 주민의 행복추구권을 특별자치도가 부여하는 자치권을 통해 회복하자는 데 무게를 뒀다.

도는 2026년 7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지난 9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법적 절차인 주민투표 실시 승인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여기서 일컫는 경기북부는 한강 북쪽 10개 시·군(고양·양주·남양주·포천·의정부·동두천·파주·구리시, 가평·연천군)을 뜻한다. 주민투표 대상에선 최근 논란을 불러온 김포시는 애초부터 빠졌고, 국회에서 발의한 특별법에만 포함됐다.

경기북부에는 1397만 경기도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인 361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남부, 서울시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면적(4268㎢)으로는 충청북도에 이어 9위다. 도는 분도를 통해 2040년까지 213조5000억원 투자와 민간자본 유치, 국내 경제성장률 연평균 0.31%포인트 상승, 연간 일자리 6만명 창출, 통일시대를 대비한 도로·철도망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앞서 도는 분도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18세 이상 도민 5000명에게 특별자치도 설치 여부를 물어 응답자의 55%가 찬성하고, 22%가 반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도의회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의회들도 관련 조례와 결의안을 내놓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북부특별자치도 관련 두 번째 토론회는 이 같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참석자들은 “왜 경기도가 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려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며 “역사·인문학 외에 산업·정치적 측면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는 도내에 지역구를 둔 여야 국회의원 45명이 공동 주최자로 경기도와 함께 참여했다.

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뒷받침하려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허훈 대진대 교수(행정정보학)가 주제 발표에 나섰다. 허 교수는 “분도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의사결정권의 재배분을 통해 독자성을 인정받고 신성장동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지방자치법 2조와 197조를 적용받아 광역자치단체·농촌형 광역도·특례자치의 지위를 모두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자치권 부여 △자연 발생 생활권 일치에 따른 행정 구역·서비스 합리화 △도로·철도·산업단지 등 인프라 확대 △평화경제·기회발전 특구 등 동력 확보를 설치 목적으로 꼽았다.

허 교수는 서울 중심 1극 체제를 벗어나 인구 1000만 안팎의 경기남부와 서울, 인구 300만∼400만의 경기북부와 인천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메가 리전’이 조성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구 1400만에 육박하는 경기도는 스웨덴(1035만명), 오스트리아(892만명), 스위스(864만명)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 경기도 인구 1397만…스웨덴·스위스보다 많아

토론자로 나선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자체의 영역을 정하는 기준은 선호의 동질성과 규모의 경제, 외부효과”라며 “경기북부와 남부 도민의 선호는 그리 동질적이지 않고, 북부만으로 300만명 넘는 인구이기에 규모의 측면에서도 별도 광역자치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경제·환경 측면에서 유의해야 할 외부효과 역시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산업생태계는 1992년 중국, 베트남과 국교를 맺으며 중국에 가까운 지역 중심으로 재편됐다”면서 “동남임해공업지대의 역할이 상당 부분 서울, 인천, 경기, 충청에 주어졌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미개발 토지의 접근성을 언급하면서 경기북부가 한강에 가깝고 임진강, 한탄강도 있어 화천댐의 물을 끌어와야 하는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보다 기본 조건이 좋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요인을 강조하면서 북부의 발전을 정치경력에서 이뤄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 파워엘리트 집단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인 소순창 건국대 교수(공공인재학)는 “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와 의견을 수렴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 중앙정치와 정부가 답할 차례”라고 했다. 소 교수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등 비수도권에서 성장동력을 만들려고 했던 ‘초광역 메가시티’ 논의가 지금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 논의로 왜곡됐다”면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도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국회토론회를 주최한 건 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도내 시·군과 엇박자에 빠지며 주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메가시티 카드를 들고나오며 예전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장은 행안부에 서울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건의하기로 했고, 과천·구리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교감’을 공식화했다. 북부 최대 도시인 고양시도 북부특별자치도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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