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8 "시리즈 경력 0년 뉴비도 진짜 할 만할까?"
철권과 같은 대전 격투 게임이라 하면 흔히 "모르면 맞아야지", "맞으면서 배운다"는 등의 흉험한 말들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말이 과장은 아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입문한 파릇한 뉴비가 '배우는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꺾여 게임을 삭제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기본적으로 조작 방식이 어렵고, 프레임 단위로 이득과 손해가 나뉘는 시스템에 적응하기 쉽지 않으며, 대전 게임이니만큼 내 기술 뿐만 아니라 상대의 기술도 전부 외워야 한다. 이 드높은 진입 장벽을 허물고 간신히 게임에 익숙해져도 고인물 유저가 범람하는 세계에서 뉴비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기자 역시 동일 장르 게임을 찍먹도 아니고 한 방울 맛보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도망친 경력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되는 반다이남코 철권8은 '초보자 친화적인 철권', '혼자 놀아도 재미있는 철권'을 추구한다고 하지 않는가. 대전 격투 게임과 초보자, 솔로 플레이라는 일견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을 보자 절로 호기심이 들었다.
과연 단 한 번의 철권 플레이 경험도 없고, 타인과의 대전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철권8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게임톡이 직접 체험해 봤다.
■ 시나리오 모드 재밌어?
철권1에서 7까지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입장에선 처음엔 스토리적 측면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뭔가 비장하게 '미시마'가 어쩌고, '데빌'이 어쩌고, '세계의 적'이 어쩌고 하는데 전후사정을 모르니 감흥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철권 이전 시리즈 다이제스트 영상이라도 보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뇌리를 스쳤다.
대신 그래픽이나 연출 등 시네마틱 퀄리티는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피부의 질감이나 텍스쳐 재질, 전투 이펙트, 반사광 등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전투 도중의 대사와 연출 역시 몰입감을 더했다. 장면 연계가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져 전투 자체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어느 정도 인물이 눈에 익고 익숙해지자 스토리 흐름에도 슬슬 흥미가 붙기 시작했다. 일단 장면 전환이나 연출이 시원시원하다보니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재밌고, 주인공 카자마 진의 고민인 '저주받은 혈통', '내 안의 흑염룡' 자체가 제법 클리셰적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향후의 전개에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느끼게 되니 게임 플레이에도 탄력이 붙었다.
■ 스페셜 스타일 어때?
조작에 익숙지 않아 플레이하는 동안 주로 스페셜 스타일을 사용했다. 스페셜 스타일은 초보자를 위한 단순 조작 모드로, '공격 키 하나로도 철권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대표 기술, 공중 콤보, 파워 크러시, 하단 공격·잡기 기술 등 크게 네 가지 종류로 나뉘어 있다.
스페셜 스타일도 방향키와 함께 조합하면 다른 기술이 나가는 등 심리전도 가능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연이 종료된 뒤에야 알았다. 사실 시나리오 모드의 CPU와도 진검승부를 펼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는 오만 버튼을 연타하며 '제발 쓰러져 달라'고 기도하는 것 정도였다.
그래도 버튼 하나로 꽤 그럴 듯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실 기존 조작 방법이라면 평타만 치고 있었을텐데, 어쩌다 아다리가 맞아 상대 기술을 끊고 멋진 기술을 넣었을 때는 제법 짜릿했다. 특히 이펙트가 화려한 히트 모드 진입과 히트 스매시의 연출이 좋았다.
다만 하단 공격과 잡기가 동일한 버튼이라 어떻게 따로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부분 역시 시연이 종료된 뒤 인터뷰 과정에서 방향키와 조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아무리 스페셜 스타일이라지만 조금 더 친절한 튜토리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케이드 모드 재밌어?
아케이드 모드의 아케이드 퀘스트는 플레이어 아바타가 친구 '맥스'와 함께 오락실에서 철권을 배워나가는 콘텐츠다. 개발진 왈 맥스는 오락실 뒤에서 이것저것 훈수를 두며 알려주는 '형'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기자의 지인은 철권을 잘 한다는 이유로 어릴 적 그 형들에게 얻어 맞으며 오락실을 다녔다는데, 이 부분에서 다소 문화의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케이드 퀘스트 과정에서 기본적인 공격 기술과 콤보 연계를 알려주고 반복해서 학습시켜주기 때문에, 초심자가 철권을 본격적으로 익히기에는 나쁘지 않은 튜토리얼이다. 실제로 기술을 제대로 시전하지 못하면 맥스는 절대 넘어가주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성공시킬 수밖에 없다.
다만 기술 하나 익혔다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면 초보가 아니다. 실질적인 플레이는 결국 스페셜 스타일 위주로 하게 됐다. 맥스의 권유로 철권 토너먼트에 참여하며 점차 실력을 쌓아나가는데, 맥스가 "잘했다" 혹은 "멋지다"고 칭찬할 때면 제법 뿌듯했다.
슈퍼 고스트 배틀은 내 패턴을 학습한 AI와 맞붙는 콘텐츠다. 물론 '또 하나의 나' 뿐만 아니라 CPU 고스트, 다른 플레이어의 고스트와도 대전할 수 있다. 기자는 AI와 딱 다섯 판 진행한 이후부터 슬슬 난감함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대충 열 판 정도 플레이하자 AI와 자강두천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대전을 고스트와의 플레이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CPU만 상대하다보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배틀 라운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고스트와 플레이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초보자도, 혼자서도 할 만 해?
솔직히 말하자면 장르적 한계는 있다. 격투 게임 장르 자체에 별다른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허들을 낮추고 혼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해도 철권8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재밌어보이는데 게임이 너무 어렵다", "격투 게임은 좋은데 대전이 싫다", "맞기만 하니까 재미없다", "재미는 있는데 고인물, 빠요엔이 너무 많다" 등의 사유로 입문을 망설였다면 철권8이야말로 입문하기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혹자는 그게 무슨 철권이냐 하겠지만 어떤 방식이든 게임 자체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이를 계기로 철권 시리즈에 흥미를 붙이고, 타인과의 대전에 관심을 가지거나 좀 더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을 품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기자 역시 철권 플레이 경력 0년 뉴비지만 이번 작품으로 입문하고자 한다. 기존 유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면, 철권8을 계기로 한 번 찍먹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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