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후퇴’ 후 ‘극적 합의’됐지만…“한계도 뚜렷”[COP28]

강한들·김기범 기자 2023. 12.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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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이 13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고 있다. EPA

13일(현지시간) 아랍 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막을 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는 ‘산유국’에서 진행되는 기후 정상회담인 데다 ‘국영 석유회사 사장’이 의장을 맡으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기후회담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거래하려다 들통났고, 의장은 “화석연료 퇴출이 과학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게 뒤늦게 드러났다. ‘고양이에 생선 가게 맡겼나’라는 의구심에 호응이라도 하듯, 지난 11일에는 ‘크게 후퇴한’ 전 지구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결정문 초안을 공개했다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 합의했지만, 전문가들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나온 결정문은 지난 11일 나왔던 초안보다는 진전했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중요한 이번 10년 동안(2030년까지) 가속화”해야 한다며 시기를 명시한 것은 인류가 화석연료 퇴출로 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번째 기후총회(COP1) 이후 28년 만에 당사국들이 만장일치로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정문은 앞서 지난 8일 나왔던 초안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후퇴한 부분이 많다. 지난 8일 초안에 들어 있던 ‘화석연료 퇴출’, ‘석탄 퇴출’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조건도 완화됐다.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목표에도 구체적 기준 시점과 목표 수치가 모두 빠졌다. 군소 도서국 연합(AOSIS) 등은 이를 “사망 진단서”라고 비판했다.

결국 결정문은 “저감 조치 없는 석탄 발전의 감축 노력을 가속”하는 데 그쳤다. 지난 11일 초안에 포함됐던 ‘저감 조치 없는 석탄 발전 신규 허가 제한’ 내용도 사라졌다. “전환 연료(transitional fuels)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한다”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통상 화석연료 업계에서는 액화 천연가스(LNG) 등을 ‘전환 연료’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일 과학자들은 ‘기후 과학의 10가지 새로운 통찰 2023/2024’ 보고서를 내면서 ‘화석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설치된 화석연료 생산, 소비 인프라 양쪽 측면을 모두 살펴봐도 지구평균 온도 1.5도 상승 제한 목표(달성확률 50%)를 지키기 위한 ‘탄소 예산’을 초과한다. 예정된 화석연료 생산 단계 신규 프로젝트까지 고려하면 2도 목표(달성확률 50%)도 초과한다.

연구를 보면 화석 연료의 생산, 소비를 위한 기존 인프라의 수명 동안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5도 목표(달성 확률 50%)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을 이미 넘어서 있다. 보고서 갈무리(자체 번역)

특히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의 재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 갈등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BBC는 “개도국들은 합의문이 가난한 나라들이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하기만 했을 뿐이며, 선진국들이 더 많은 재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오랜 기간 경제적 이익을 얻은 선진국들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가 동시에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도록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서국인 마샬제도 대표부는 폐회식에서 “전 지구 이행점검 결정문은 빠져나갈 구멍 투성이지만, 우리는 그걸 가지고 물 위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카누를 물에 띄울 수 있도록 누수를 막아달라”라고 촉구했다.

애초 ‘서약’ 수준에 머물러 강제성이 없던 에너지 관련 목표가 합의에 포함된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초안에는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2022년 대비 3배 늘려 2030년에 1만1000GW에 도달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2배 늘려 4.1%에 도달한다”는 기준점, 목표 수치가 명시됐으나 결정문에서는 기준점과 구체적 수치가 빠졌다. ‘청정 기술’에 원전이 포함된 점도 한계다.

의장이 치켜세운 ‘서약, 이니셔티브, 선언’ 등의 실질적인 추가 감축 효과도 미미하다. 국제 기후변화 독립 연구단체인 ‘기후 행동 추적’ 등 연구진의 ‘COP28 UAE:이니셔티브의 효과’ 보고서는 주요 5개 서약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내용 보완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부교수는 “매년 자연 변동성의 영향이 있지만, 올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1.46도 올랐고, 개별 해를 기준으로는 1.5도를 넘기는 해가 가까워져 오고 있어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지금 나온 합의문으로는 2030년까지 각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도 쉽지 않을 것 같고, 2050년 탄소 중립으로 향하기에는 너무 불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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