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FOMC…내년 금리 전망과 실질금리 언급이 중요[오미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FOMC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금리가 5.25~5.5%로 동결될 확률은 98.4%로 높게 반영돼 있다.
이번에 금리가 동결되면 지난 9월과 11월 FOMC에 이은 3번째 동결이다. 이는 그 자체로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알리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개펜은 고객 노트에서 "연준은 이번 FOMC에서 3번 연속으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 견해로는 이로써 연준 스스로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가면 연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경제가 식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에 내년에 통화정책을 둘러싼 화두는 금리 인상이 아니라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긴축 사이클이 종결됐음을 확증해준다는 점에서 이번 FOMC는 통화정책의 전환점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긴축 종결을 넘어 내년에 금리가 언제부터 얼마나 인하될 것안지에 쏠려 있다.
이런 점에서 이날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FOMC 결과를 담은 성명서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다.
연준은 매 분기마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담은 경제전망요약(SEP)과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를 공개하는데 이번이 발표되는 차례다.
FOMC 성명서와 SEP, 점도표는 13일 오후 2시(한국시간 14일 오전 4시)에 나오고 오후 2시30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진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개펜은 이번 성명서에서는 추가 긴축을 시사하는 "추가 정책 다지기"(additional policy firming)라는 문구가 빠지고 단순하게 인플레이션이 2%로 되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문장만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골드만삭스도 성명서에 추가적인 금융 조건의 긴축과 관련한 표현은 배제되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사용됐던 단어들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긴축을 의미했던 표현들이 성명서에서 빠진다면 이는 공식적인 긴축 사이클의 종결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 각각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시장은 중앙값을 연준의 전반적인 전망치로 받아들인다.
결국 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내년 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통해 내년 금리 인하폭을 예상하게 된다.
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첫 금리 인하가 내년 3월에 이뤄질 확률을 42.3%로 보고 있다. 또 내년 1년간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인하될 확률을 77%로 관측하고 있다.
내년에 금리가 1.25%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28.6%, 1%포인트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28.2%로 거의 비슷하게 가장 많다. 이어 0.75%포인트 인하 전망과 1.5%포인트 인하 전망이 16%대로 비슷하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CNBC에 "점도표는 매우 중요한데 지난 11월 이후 증시 상승의 상당 부분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pivot, 피봇), 즉 금리 인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점도표가 이 같은 시장 기대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증시는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월가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첫 금리 인하가 내년 3분기에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우스는 최근 CNBC에 "금리 인하가 (시장이 예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이뤄지려면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도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에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경제지표들을 종합해 볼 때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맞겠지만 지금부터 내년 3월 사이에 경제적인 고통이 없다면 (당분간) 금리 인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SEP에 따르면 연준은 GDP 성장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소폭 반등하겠지만 경기 침체는 없을 것으로 봤다. 현재 경제지표상으로는 이번 SEP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경제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전망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위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주목된다. 지난 9월에는 인플레이션이 2026년이 돼야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연준 위원들의 GDP 성장률 전망치는 소폭 오르고 실업률 전망치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소폭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탄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란 의미다.
특히 지난 11월1일 FOMC 이후 국채수익률이 하락하고 증시는 급등하며 금융 조건이 대폭 완화된 만큼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찰스 슈왑의 손더스는 "FOMC 성명서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해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금융 조건이 완화된데 대한 약간의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것을 말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12일 월스트리트 저널(WSJ) 행사에 참석해 "물론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실질 금리는 오르는 경향이 있고 이는 어떤 의미로 통화정책의 긴축을 초래한다"며 "따라서 이는 연준이 금리 경로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5.25~5.5%로 정확히 5.33%다. 지난 11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4%였다. 또 지난 10월 근원 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은 3.5%였다. 따라서 실질 금리는 약 1.8%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준은 경기 성장세를 제약하지도 않고 부양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를 0.5% 부근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도 최근 금리가 "성장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UBS의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핑클은 고객 메모에서 "FOMC 지도부는 내년 어느 순간에 동일한 수준의 경기 제약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이유 없이 명목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급격한 디스인플레이션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제약적 수준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경기 침체 등 다른 이유가 없어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실질 금리 상승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느냐는 내년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전망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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