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생태뒷간에서 배우는 자원순환…산마을고의 특별한 교육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직접 농사를 짓고 생태뒷간을 쓰는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원이 순환하는 원리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실천하게 되는데요.
산마을고등학교의 강화정 교장 선생님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저희 시청자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반갑습니다.
강화도 양도면에 있는 산마을고등학교 학교장 강화정입니다.
입시 경쟁교육으로 가지 않으려는 이 작은 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조금은 다른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학교, 산마을고등학교는 에너지 자립과 어떤 생태적 환경 속에서 특히 지역사회와 같이 가는 교육 공동체를 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산마을고등학교는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학교입니다.
자연, 평화, 상생이란 학교 철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교육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학교 건물은 시간이 흘러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흙과 나무와 돌로 지어졌고, 일반적인 학교 구조처럼 큰 건물에 여러 교실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만화에 나오는 스머프 마을처럼 작은 교실들이 독립적이면서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 전환 학교이자 자립을 위하여 지열 시스템과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국영수사과음미체 같은 그런 일반 교과 외에도 사유하고 실천하는 민주시민을 위한 삶과 철학이라든지 문화 비평, 학생자치활동과 공동체 문화를 위한 학생자치활동과 토론, 지역을 알고 사회와 함께하기 위한 강화사, 지역사회봉사, 창의성과 예술성을 기르는 창작 활동, 생태적인 가치를 실현하며 자립과 순환을 배우는 생태농업이나 생활기술, 그다음에 주체성, 그다음에 책임 협력을 배우는 토론과 자율탐구 프로젝트 등의 교과를 통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학생들이 무한 경쟁과 돈으로 매몰되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고 자신을 이해하며 나와 다른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을 교육과정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이 생명을 존중하는 생태교육인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에는 없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 생태뒷간 16년째 사용하고 계시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 이런 공간을 마련하셨습니까?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텃밭에서 자란 작물들을 먹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텃밭 배추와 무를 수확해서 다 같이 김장을 했습니다.
산마을에서는 이렇게 작물을 먹고 배출한 분뇨를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퇴비로 만들어 텃밭에 돌려주는데 잘 숙성된 그 좋은 거름으로 흙으로 돌아가 농사가 잘되고 건강한 먹거리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기 위해서 생태뒷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자월의 순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생태뒷간는 어떻게 사용하고 계십니까?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네, 생태뒷간는 여성용 두 칸, 남성용은 소변 전용 칸을 포함해서 세 칸입니다.
그 생태뒷간 모습을 예전에 사용하던 푸세식 재래 화장실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지 않습니다.
물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데, 오히려 사용 방법은 수세식 화장실 양변기와 비슷합니다.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양변기 아래에는 커다란 통이 놓여져 있고 사용 후 톱밥이 담겨진 통에서 톳밥을 덜어서 분뇨를 덮어주는데 이 때문에 화장실 특유의 냄새가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저도 막연히 어떤 재래식 화장실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이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모아진 분뇨가 소중한 자원으로 쓰이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생태뒷간을 사용하여 톱밥이 덮여진 그 분뇨가 어느 정도 쌓이면 퇴비장으로 옮겨져서 3년 동안 3단계의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생태뒷간 분뇨와 급식실에서 나오는 잔반, 그다음에 텃밭 풀들을 모아서 톱밥과 함께 섞어서 보관합니다.
두 번째 단계로 두꺼운 천막을 덮어서 열을 발생시켜서 미생물을 작동하게 해서 잘 숙성시킵니다.
마지막 단계로 퇴비장 바깥으로 옮겨서 비닐을 씌워서 1년을 보내면 고운 흙 같은 형태의 좋은 퇴비로 변화해서 텃밭으로 향하게 되고 그게 흙이 됩니다.
서현아 앵커
급식실에서 나오는 잔반까지 정말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겠습니다.
이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산마을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위, 주체성과 협력적인 학생 자치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생태뒷간을 사용하고 청소와 관리를 하며 분뇨를 퇴비장으로 옮깁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생태뒷간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사용할 때는 좀 낯설어서 망설임이 있지만 일반 화장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다음에 생태뒷간의 의미 등을 배우고 일단 사용을 시작하면 작은 창문으로 하늘도 보면서 편안하게 사용하게 됩니다.
저 역시 생태뒷간 사용이 더욱 좋습니다.
서현아 앵커
산마을 고등학교는 '퍼머컬쳐'(Permaculture)를 배우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게 약간 생소한 개념인데 어떤 교육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퍼머컬처는 퍼머넌트와 컬처를 줄인 말로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초한 생태문화를 의미합니다.
의존적인 소비자에서 자립적이고 생산적인 시민으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발상과 삶의 방식을 포함합니다.
퍼머컬처의 철학은 좀 깊이가 있고요.
보이는 작물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뿌리와 흙 속의 미생물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을 수확하면 주로 먹고 판매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지만 요리도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수확물을 가지고 비누, 세탁세제, 샴푸, 화장품, 연고 등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퍼머컬처 밭은 일반적인 밭의 모양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밭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하고 자연에 가까운 곡선을 살려서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마을도 그동안 허브를 이용해서 페스토라든지 비빔밥, 음료식, 식초, 올리브, 우유 등을 만들어 먹었고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여러 생활용품들을 생산하였습니다.
퍼머컬쳐 교육은 마을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서 생태, 자립, 협력을 실천하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교육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시는 부분과 이로 인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지금까지 말씀드린 산마을만의 교과 외에 일반 교과의 교육과정 또한 학교 철학을 중심으로 두고 있습니다.
생태적인 가치를 근본으로 한 다양성의 존중은 인간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소통과 협력은 경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상생 문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업시간도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배움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되도록 단순히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에 학교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졸업생들과 함께 학교 교육과정이 졸업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책을 내었습니다.
제목은 '산마을 너머 지금 뭐해?' 입니다.
교육과정으로 인한 학생들의 변화는 각자 개인차는 있습니다.
졸업하기 전에 보이는 학생들도 있고 졸업 후에 보일 수도 있고요.
내용에 따라 어떤 거는 먼저, 어떤 거는 나중에 발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마을 졸업생들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색을 빛나면서 살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 산마을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자신만의 새을 빛내면서 살아가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계획 어떻게 되십니까?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산마을은 살아있는 마을이자 살릴 마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과 이웃, 마을, 교육, 지구를 살리고요.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협력하면서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그리고 있습니다.
학교 공간을 넘어 마을과 지역, 국제 교류를 통해서 배움이 이어지고 더욱 확장되고자 합니다.
미래 세대들을 위한 산마을의 연구와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강화정 교장 / 산마을고등학교
몸과 마음이 안전한 곳에서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비교나 판단, 배제, 소외가 있는 곳은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학교 교육은 무엇일까요? 과열, 입시경쟁 문제 풀이에 매몰된 교육은 학교 교육을 멍들게 합니다.
앞으로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인문학적인 소양과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르고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하면서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겉모습이나 성적 점수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식물들처럼 내면의 뿌리가 깊게 자리 잡고 씨앗을 잘 품어서 적절할 때에 발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삶 속에 여러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들은 졸업 후에도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곳에서 실천력이 있는 생태시민이 되도록 이어져 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의 가치가 아이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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