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옥시 가습기살균제 ‘천식 유발’ 배상책임 첫 인정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천식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옥시와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조사가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폐 섬유화 증상이 아닌, 천식 발병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와 제조사의 배상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서보민)는 오늘(13일) 천식 질환자 17살 A 양이 옥시와 한빛화학,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옥시와 한빛화학이 공동으로 2천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 양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천식이 악화됐으며,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천식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옥시와 한빛화학이 다른 원인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신 양의 천식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A 양은 2009년과 2010년 병원에서 폐렴과 천식 진단을 받은 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2014년 오른쪽 폐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로 병원 치료만 이어오다가, 전국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나오면서 오랜 기간 사용해온 옥시의 가습기살균제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A 양은 환경부 산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통해 천식 질환 구제를 인정받았습니다. 폐 질환에 대해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옥시를 상대로 한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10월 제기했습니다.

옥시는 재판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와 천식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A 양이 원래 천식을 앓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안정성평가연구소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가습기살균제와 천식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하고, 이런 인과관계가 신 양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A 양에게 유리한 감정 의견을 내놨습니다.

A 양을 대리한 김성주 변호사는 “법원이 기관지 질환인 천식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천식 피해자들 소송에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최민영 기자 (mym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