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총선체제로 전환하나…위원장에 김한길·김병준 등 거론
임시 전대 관측에 "총선 전 새 대표 선출은 사실상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류미나 최평천 기자 = 국민의힘이 총선을 4개월 앞둔 13일 김기현 대표의 사퇴로 '선장'을 잃게 됐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내 쇄신 목소리가 커졌으나 인요한 혁신위원회 조기 해산 등 차질을 빚은 끝에 '지도부 책임론'이 커진 결과다.
주류 희생 요구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틀간 잠행하던 김 대표도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렸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전날 시작되는 등 총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국민의힘은 새 지도체제를 꾸려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당 대표 권한은 당분간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행으로 행사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윤 원내대표 지휘 아래 새 지도체제 구성 방식을 확정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사퇴 선언 글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며 윤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었다.
당내에서는 권한대행 체제로 김 대표 사퇴 이후 상황을 수습하되 이른 시일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당 대표가 사퇴 등으로 궐위 상태가 되면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표 권한대행인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 설치를 결정하면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등 선거기구를 꾸리고 공천 '물갈이'와 인재 영입 등 선거 업무 전반을 지휘하게 된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한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략 기획에 밝은 '노련한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 정부 출범을 도왔고, 최근까지도 윤 대통령과 독대하며 정치적 조언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 인사이기에 당내 보수 인사들이 '김한길 비대위'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지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고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이끌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개인 사정으로 총선 역할론을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 전 대법관, 유흥수 상임고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한 장관이나 원 장관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 바람몰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장관은 현실 정치와 당 경험이 전무하고 원 장관은 내각에 있을 때 다루던 이슈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기도한다.
일각에서는 비대위를 꾸리지 않고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새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대표의 잔여 임기는 1년이 넘는다.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윤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당분간 당을 이끌더라도 당헌 26조에 따라 60일 이내에는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신속히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게 당내 다수 의견이다.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 해도 의결기구인 지도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선거 전 시간이 없으니 비대위를 꾸려 빨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총선 전 당 대표를 새로 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으냐"며 "국회 상황도 엄중한 만큼, 빠르게 비대위를 띄워 총선 준비를 맡기고 윤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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