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사퇴 김기현, 이준석 만남 유감"…李 "당 싸가지없어"

田 "金 대표 사퇴 모양 빠져, 장제원처럼 홀로 결단했어야"
"천하람도 신당 안 가, 李 왜 만났나 도대체…'항명'이냐"
李 향해선 "尹에 거악이라며 싸가지 원조가 金 거들어"
입장문 낸 金 "신당 만류하러 갔다" 李 "金에 예의 갖춰라"

지난 2022년 5월6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6·1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암 투병 중에도 친윤(親윤석열) 보수논객으로 활동 중인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 선언 전후 행적에 "모양새 빠진다", "어처구니 없다"고 질타했다. 대표직 사퇴 선언 직전 반윤(反尹) 이준석 전 당대표를 만난 사실 등을 문제 삼았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네이버 블로그에 연이어 글을 올려 "김기현이 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참 유감스럽다. '사퇴'는 멋지게 해야 한다"며 "억울하든 분하든 화나든지 간에 장제원처럼 깔끔하게 '나홀로 결단'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내년 총선 나오지 마시라. '그만하면 마이 묵었다' 아닙니까"라고 지역구(울산 남구을) 불출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김 대표 사퇴는그 동안 김기현의 정치스타일처럼 모양새가 빠진다. 이준석을 왜 만났을까. 도대체"라며 "'이준석 신당 따라 나갈 공천 탈락자를 막기 위해서'라는 TV 패널(출연자)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 (친이준석계의) 천하람(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당을) 안 나간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을 만난 이유는 '김기현의 앙금'을 표시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소심한 항명"이라고 해석했다. "'내 마음대로 한 게 뭐 있다고? 그런데 내가 다 뒤집어 쓴다'는 나름 김기현의 언중유골"이라면서 "그걸 뒷받침한 게 이준석 이야기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단다. 이게 김기현의 무게다"라고 힐난했다. 나아가 "김기현이 이준석한테 보기 좋게 놀아났다"며 "뭐 하는 건가. 비공개 만남이라면서 다 까발리는 이준석하고"라고 했다.

전 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글에선 "사실상 탈당선언? 그럼 그동안은 다 '쇼'이고 'fake(가짜)'였나. 이준석 아호(我號)는 '탈당선언'인가"라며 "따뜻한 아랫목에 어깃장 부리고 내부총질하는 달콤함 끊기 어렵나"라고 공세를 폈다. 앞서 '27일 탈당 결행'을 시사해온 이 전 대표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스스로의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을 "없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에선 '사실상 탈당'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당내 '김기현 사퇴론'을 편 정치인들을 향해 "싸가지없다"고 일갈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김 대표 공격은 싸가지없는 거'라고 '싸가지 원조'가 한마디 거든다"고 꼬집었다. 또 "윤 대통령한테 거악(巨惡)이라고 못할 말, 험한 말 레벨(수준)을 올린 건 '이래도 상대 안해줘?' 처절한 읍소"라며 "이낙연(전 민주당 대표)은 애초 '드문 인재'가 성질 드러운거 알아서 군불만 지핀 건데절대 '낙준연대' 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사퇴를 선언한 뒤, 당일 오전 이 전 대표를 만난 배경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오늘 오전 이 전 대표와 만나 신당 창당과 관련한 당내 여러 우려사항을 전달했다"며 "그동안 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전 대표 측에게 '신당 창당보단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합쳐 총선에 임하는 게 좋겠다'는 제 의지를 전달해 왔었고,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오늘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오늘 저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 저 김기현은 단 한번도 우리 당을 탈당해본 적이 없는 골수 뿌리 당원이다. 우리 당이 분열돼선 안 되고, 신당에 참여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도 입장문을 내 "김 대표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이 잘되기 위한 고민의 측면에서 말씀했다"면서도 "다들 예의를 갖추세요. 당내 싸가지없는 분들"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대표직 사퇴 선언문에선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며 "제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