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업자득 된 김기현 사퇴, 여당 환골탈태하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암울한 총선 전망 속에 당 안팎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벼랑에 몰려 사퇴한 것이다. 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상황의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는 글을 올렸다. 3·8 전당대회 후 9개월 만에 김 대표 체제는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대표는 그간 자신의 과제를 “신적폐청산”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길로 갔다. 영남권 의원들과 판사·검사·경찰이라는 사법·수사기관 출신의 지도부가 당의 전면에 나섰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에도 임명직 당직자 사퇴, 인요한 혁신위 출범이라는 꼼수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중진·친윤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같은 혁신위 의결안에는 ‘나중에’라며 답하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가 빈손으로 물러난 뒤에야 김기현 사퇴와 장제원 불출마가 이뤄진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이미 여당 혁신이 빛이 바래고, 민심의 기대도 꺾인 지 오래다.
김 대표의 사퇴는 자업자득이다.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9개월 전 출범한 것부터 친윤의, 친윤에 의한, 친윤을 위한 지도부였다.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은 친윤 세력 압박으로 물러났고,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대통령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김 대표 임기 내내 ‘용산 출장소’라는 오명을 들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대통령 특사로 사면된 김태우 후보를 당헌·당규를 어겨가며 재공천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임명해 방송 장악을 시도할 때에도, 윤석열 대통령 친구의 친구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 국회 동의안이 부결될 때에도 당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을 설득해 여야 협치에 나서게 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울산 남구을)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여당 중진들도 총선 거취는 입을 닫고 있고, 친윤 초선들도 패거리 문화에 빠져 있다. 김 대표 사퇴로 격랑이 높아졌지만, 여당은 혁신의 길과 동력을 잃어버렸다. 윤 대통령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한 여당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제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공천관리위·선거대책위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를 혁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정 기조를 견지·보완·견제하는 게 책임 여당이 할 일이다. 김 대표 사퇴를 계기로 여당은 차가운 민심을 직시하고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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