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김기현 "行有不得 反求諸己"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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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대표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사퇴만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울산 출마를 놓고 당 내부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퇴임 발표 당일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의문이다.
총선까지 얼마 안 남은 만큼 새 대표를 뽑는 대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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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당 대표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물러났다. 내년 총선이 불과 4개월 남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이 불가피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라며 사퇴의 변(辯)을 밝혔다. 그는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를 함께 적었다. 현 상황에 대한 본인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대통령실과 야당 지도부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 사퇴만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울산 출마를 놓고 당 내부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 말대로 김 대표의 울산 출마는 '낙동강 벨트'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불출마를 외칠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표직을 그만두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당 안팎 사퇴 종용에 맞서 버텼지만 결과적으론 당시 물러났으면 당과 개인 모두에 나았을 것이다. 사퇴 대신 혁신위원회를 꾸려 당 쇄신을 약속했지만 험지 출마 요구 등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은 점도 국민을 실망시켰다. 또한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나오고 나서야 김 대표가 거취를 밝힌 것도 그의 정치 역정에 오점을 남길 것이다. 퇴임 발표 당일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의문이다.
이제 국민의힘 앞에 주사위는 던져졌다. 총선까지 얼마 안 남은 만큼 새 대표를 뽑는 대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 영입으로 인적 쇄신은 물론 당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위가 건드리지 못한 대통령실과의 소통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면 대표 사퇴 이후 김 대표를 포함한 당 중진들의 거취를 놓고 내홍이 계속된다면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내놓은 불출마 이유를 여당도 귀 기울일 만하다. 이들은 우리 정치의 후진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참고해 여당이 대표 사퇴 이후 일신한다면 총선에 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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